'갑질에 폭행까지'…경비원 수난시대, 존중·배려로 끝내야
"법 사각지대 놓인 경비원…직장내괴롭힘법 등 개선해야"
"'갑질'은 윤리의식 부족에서 발생…인식 개선이 최우선"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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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폭행 등 공동주택 입주민의 갑질로 고통을 겪는 경비원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비원 처우를 개선하거나 법으로 그들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면서도 갑질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 사회 전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5일 경찰과 노동·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계속되고 있다.
20일에는 술 취한 60대 남성이 경비원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나무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어깨와 머리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남성은 다른 경비원 2명에게도 폭력을 가했으며 2017년과 2019년에도 경비원을 폭행해 경찰에 신고된 전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아파트 동대표가 경비원들에게 개인 이삿짐을 옮기도록 강요하고 자녀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게 했으며 아파트 텃밭을 가꾸고 관리사무소 직원을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송치된 바 있다.
최근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경비원 최희석씨는 입주민의 폭언 및 폭행을 견디다 못해 극단선택한 사례다. 이밖에 막말을 일삼고 잡일을 시키는 경우는 흔하디 흔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취약한 고용형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발표된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참여 경비원 3388명 중 94.1%가 1년 이하 계약을 맺고 있었고 3개월 계약 사례도 21.7%에 달했다.
현행법상 55세 이상은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일해도 무기계약직 전환이 되지 않아 고령자가 많은 경비원은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떤 갑질을 당해도 해고되지 않으려면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원노동복지센터에 따르면 경비원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하거나 부당해고, 임금체불 등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에서 경비원 갑질 문제를 현행 법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비원은 대표적 간접고용 노동자로, 실제 사용자라 할 수 있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고용하기보다 주로 용역회사가 계약하는 다단계 고용구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제 사용자의 책임이 불분명하고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서도 입주자대표회의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경비원들은 '을'의 자리에 놓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단기 해결책으로 직장내괴롭힘방지법과 근로기준법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입주민들이 사실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지만 근로계약 주체가 달라 그들의 갑질은 현행법상 위반이 아니므로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법 적용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경비원 등 근로자 괴롭힘 금지조항을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경비원 갑질'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갑질의 원인은 옷걸이가 옷이라고 생각하는 자기중심주의, 나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권위주의, 타인배려라는 윤리의식의 부족에서 발생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사회 인식과 윤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승 연구위원은 "상호존중과 배려를 사회문화로 정착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며 "민간은 '소통 존중 배려의 날'을 정하는 식의 운동을 활성화하고 정부는 갑질피해신고 및 갑질피해자지원 제도 등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 운영위원도 "한국사회는 경비, 청소 등 육체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후진적이기 때문에 교육과 사회 인식 개선으로 노동하는 분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비원 갑질 문제를 법적 기준으로만 대하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승 연구위원은 "갑질은 도덕적 윤리적 영역인데 여기에 법을 들이대면 형벌의 과잉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권위의식에 의한 인격 무시를 종식하려면 갑질하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운영위원은 "법이 만능은 아니지만 법 적용대상을 확대해 만연한 위계질서를 상호협동 문화로 바꾸고 인식을 개선해야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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