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의 허락 하에 거처가 없는 사람을 감금하고 구타를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형제복지원 원장이 32년 만에 대법원 판단을 받는다. 사진은 형제복지원 피해자생존자모임이 형제복직원 원장 박은근씨에 대한 특수감금 혐의 무죄 판결을 다시 판단해달라며 지난 2018년 11월27일 국회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형제복지원 원장이 군사정권의 허락 하에 거처가 없는 사람을 감금하고 강제 노역과 구타를 일삼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무죄를 선고받은 지 32년 만에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는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이날 오전 10시 특수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형제복지원 원장 고(故) 박모씨의 비상상고 사건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박씨는 지난 1975~1987년 형제복지원을 운영하며 원생들을 감금해 강제로 일을 시키고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지난 1975년 내무부훈령 410호를 제정했는데 거처가 없는 부랑인들을 단속하고 시설에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훈령에 근거해 군사정권은 부랑자들을 대대적으로 단속했으며 이들을 수용하는 형제복지원과 같은 시설이 세워졌다.


부산 북구에 위치했던 형제복지원에는 3000여명이 수용됐다. 이곳에서 12년 동안 513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조사에 착수해 원장 박씨를 특수감금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 차례에 걸친 재판에서 박씨의 특수감금 혐의를 무죄로 보고 횡령 혐의만을 인정했다. 박씨는 지난 1989년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았으며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2016년 6월27일 사망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해 다시 조사가 이뤄졌다. 정부가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추가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와 함께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지난 2018년 11월 원장 박씨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비상상고란 형사소송 확정 판결에 법령의 적용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시정을 청구할 수 있는 일종의 비상구제 제도다.


앞서 대법원은 박씨가 내무부훈령을 근거로 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점에서 형법 20조에 따라 특수감금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형법 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내무부훈령은 신체 및 거주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었으며 단속과 수용 대상 및 시설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과거 대법원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 뒤 소부로 재배당했으며 지난해 10월 공판기일을 열고 검찰과 피해자 측의 주장을 직접 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