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사태’로 한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이 3기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지구에서 100억원대 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관련 의혹은 날이 갈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고 국민들은 놀라우면서도 황당한 끝모를 ‘막장 드라마’에 분노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많은 이들이 화를 내는 이유는 가뜩이나 집값이 각종 투기조장 행위로 단기 급등하며 불안한 가운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벌어진 일련의 기만행위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집값에 시름이 깊어진 상황에서 정부가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바꿔가며 2·4 공급대책을 내놓아 “이제 집값 좀 안정되려나”하는 기대감과 함께 한숨 돌리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공기업 직원의 투기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월급 안 쓰고 20~30년을 차곡차곡 모아도 집 한 채 사기 어려운 상황에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익을 지켜나가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보상금 등 이익을 노리고 개발 예정인 땅을 미리 사들이면서 ‘공공’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박봉 속에 법으로 정해진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해 온 무주택 직장인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공기업은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취업 준비생에게 열렬한 구애를 받는다. 공기업에 입사하면 공무원과 사기업 직원의 좋은 점이 합쳐진 환상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정년 보장에 좋은 복지 등 안정적인 근무 환경과 공무원보다 높은 보수 및 비교적 자유로운 기업 문화 등이 그것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제약이 많은 공무원에 비해 공기업 직원은 한층 자유롭다. 이런 꿀 같은 상황에서 일반인이 결코 얻을 수 없는 개발 정보를 활용해 뒷주머니까지 채울 수 있으니 얼마나 환상적인가. ‘프리미엄 토종꿀’ 직장인 셈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발본색원이란 단어를 수차례 쏟아냈다. 근본을 빼내고 원천을 막아 버린다는 의미로 폐단을 제하기 위해 원인을 뿌리째 뽑아버리겠다는 강한 선언이다. 전 국민이 LH를 비판하고 LH를 때리고 있다.

그런데 직원 기강이 해이해진 공기업은 과연 LH뿐일까.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과 각종 정보를 일찍 알 수 있는 이들의 일탈을 개인의 양심만으로 완벽하게 제한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애초부터 어불성설이었을 수 있다. 진실로 발본색원하려면 프리미엄 토종꿀과 함께하는 신의 직장 공기업 직원의 일탈을 법과 제도로 확실하게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