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 AFP=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측은 기싸움 끝에 사실상 '빈손'으로 자리를 떴다. 다만 양측은 북한 문제 등 일부 분야에선 협력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그리고 중국의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총 3차례 회담했다.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양측은 서로 간의 '핵심이익'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했지만 '강대국 간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분야'에 대해선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블링컨 장관은 "이란과 북한,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우리의 관심사가 교차했다"며 중국 측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중국의 양 국원 또한 트위터를 통해 "양측은 갈등 없는 정책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중 양측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대립'의 분야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향후 '주요 2개국'(G2·미국과 중국)가 협력해야 할 사안이 있다는 데 공감한 건 일견 고무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블링컨 장관이 이번 회담 뒤 북한 문제를 재차 거론한 사실을 두고는 지난 15~18일 우리나라와 일본 순방 과정에서 강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 등 관련 협력의 문을 열어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에 참석했다. © AFP=뉴스1

미중 양국은 지난 2016년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 제2270호를 채택하는 과정에서도 사실상 협력한 전례가 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중국은 당시 대북제재 결의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마다한 채 대북제제 결의가 만장일치로 채택되도록 도왔다.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엔 Δ북한과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재래식 무기 개발 관련 품목 거래 금지와 Δ북한산 광물자원 수입 금지 Δ북한 은행의 해외지점 폐쇄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2006년 이후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가운데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의 북한 문제를 놓고 협력에 나서더라도 그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 측에 전적으로 협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국과 전 방위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는 데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비핵화는 미중 양국이 협력해야만 가능하다"며 "따라서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 갈등이 심화될수록 북한 문제를 대미 협력 사안으로 다루기보다는 '협상 카드'로 쓸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중국이 대북 지원을 확대할 경우 북한은 미국으로부터의 압력에 버틸 수 있는 힘이 더 생긴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바이든 정부는 올 1월 출범 이후 대북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이달 말쯤 그 결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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