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왼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2021.3.17/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우리 국방부가 지난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방한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며 일본과의 국방협력·교류 강화 의사를 밝혔다.

미 정부가 올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과 중국으로부터의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며 사실상 '한일관계 개선'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국방부 또한 그에 화답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간 한일관계가 외교·경제뿐만 아니라 국방·안보분야로까지 전 방위로 악화돼온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일 간 협력이 미국의 기대수준에 이르기까진 상당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스틴 "한미일 협력에 한일관계 개선 필요"…서욱 "예정된 협력 추진"


우리 국방부에 따르면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서 장관과의 회담에서 "한미일 3국은 한반도 주변과 동북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공동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한미일 협력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자 서 장관도 "예정돼 있는 한미일 안보협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국방부는 그동안에도 '한미일 안보협력은 다른 한일 간 현안과 별개로 유지·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면서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Tri-CHOD)를 비롯해 차관보급 안보회의(DTT) 등을 통한 교류와 연합훈련은 작년에도 정상적으로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 같은 설명은 불과 한 달 전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 담긴 일본과의 국방교류협력에 관한 서술과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국방부는 앞서 2018년판 국방백서에선 일본을 "가까운 이웃이자 동반자"라고 표현했으나, 지난달 펴낸 2020년판 백서에선 "이웃국가"라고만 적어 악화된 양국관계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을 낳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처럼 국방백서상의 일본 관련 표현이 바뀐 데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지만, 일본 언론들은 자국에 대한 표현이 "격하"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9년 1월23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P-3 초계기가 남해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우리 해군 대조영함을 향해 60m 고도까지 저공으로 근접 위협비행했다. (국방부 제공) 2019.1.24/뉴스1

◇한일 국방당국도 '초계기 사건'·'지소미아 종료 선언' 등으로 관계 악화

최근 수년 간 한일관계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란 평을 들을 정도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8년 10월 일본 전범기업들에 대한 우리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판결에 일본 정부가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한 뒤 같은 해 12월과 이듬해 1월엔 동해와 남해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가 우리 해군함을 향해 저공으로 위협 비행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또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우리 법원의 징용 피해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했고,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한국으로 수출된 전략물자의 제3국 유출 우려 등 국가안보상 이유'를 들면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발동했다는 이유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하며 맞불을 놨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DM-Plus)를 계기로 성사된 이후 다시 열리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일련의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작년 9월 일본에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건강상 이유로 중도 퇴임한 뒤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취임했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강경노선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일 양국민들의 반일·반한 감정도 계속 심화돼온 상황이어서 "외교·국방당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꾀한다 해도 그 추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임기 말' 한일 정치상황 감안할 때 당분간 '형식'만 유지될 수도

이런 가운데 우리 국방부는 올 6월로 예정된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등을 계기로 한미일 고위급 정책회의를 개최함으로써 북한 문제를 포함한 3국 간 안보협력 과제들을 계속 논의해간다는 방침.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일본에서도 올 10월 전에 총선(중의원 선거)가 치러질 예정인 점 등을 감안할 때 한미일 안보협력은 당분간 '형식'만 유지하는 선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협력과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기조' 아래 작년 말부터 대일관계 복원을 시도해왔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관계 악화의 책임이 징용피해 배상 판결 등 우리 측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일 국방당국 간의 교류·협력 역시 이런 기류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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