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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용한 주행을 실현시킨 건 코액터스의 ‘고요한택시’다.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전하는 ‘고요한택시’는 오는 4월 출범 3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8월엔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모빌리티 이동 서비스 ‘고요한M’(고요한 모빌리티)을 선보였다.
‘고요한택시’ 기사들이 법인택시회사 소속으로 일하는 반면 ‘고요한M’ 기사들은 코액터스에 직고용돼 월급을 받고 일한다. 아직은 강남권에서만 일반 호출이 가능하고 이외 지역에선 예약 호출만 할 수 있다.
16명의 ‘고요한M’ 드라이버들은 오늘도 도심 곳곳을 누비고 있다. 정말로 조용한, 무음(無音)의 택시는 어떨까. 기자가 직접 ‘고요한M’을 시승해봤다.
‘무음’이지만 ‘유색(有色)·유취(有臭
)’
승객을 맞이하기 위해 뒤돌아보고 있는 기사와 반갑게 눈인사를 나눴다. 아무런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몇번의 끄덕거림으로 기자가 일반 승객이 아닌 호출 승객임을 확인받았다. 이렇게 서울 서초구에서 동작구 사당동까지 짧은 시승 여정이 시작됐다.
차에 타자 조수석 뒷자리에 부착된 태블릿PC가 반겼다. 승객과 청각장애인 기사의 소통을 더 매끄럽게 돕기 위한 장치다. ‘기사님께 말하기’를 누르면 키보드나 음성, 손글씨로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내릴게요’ 버튼도 있어 미리 설정한 목적지 전에 하차하는 것도 가능했다. 기사 역시 앞쪽에 설치된 태블릿PC로 미리 설정된 답 문구를 터치하면서 응대를 이어갔다.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의 주행은 능숙했고 이동시간 동안 편안함이 감돌았다. 그야말로 고요한 택시였다. 그 흔한 라디오 소리도 정치 비평도 없었다. 허락하지 않은 ‘훈수’도 없었다. 여유 있는 핸들링과 부드러운 정차는 끼어들기와 급정거로 종종 진땀을 뺏던 다른 택시 승차 경험과는 확연하게 대비됐다. 운전 경력 21년의 베테랑 드라이버가 모는 택시 다웠다.
1982년부터 1995년까지 서울 농학교에서 공부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밝힌 송씨는 50세를 눈앞에 두고 택시 운전대를 잡았다고 한다. 어엿한 정규직이 된 송씨는 지난해 입사한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혼자 자가용을 몰고 다닐 때는 몰랐지만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니 도로가 많이 바뀐 곳이 있어 “어렵다”고 토로했지만 그의 대답에는 그저 초심자의 겸손함만 느껴졌다.
아직은 ‘배차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 뜨지만… “차별 없는 택시 꿈꾼다”
4개월간 운전하면서 숱한 어려움도 겪었다. ‘고요한M’은 SK텔레콤의 ‘T맵’ 택시를 통해서도 무작위 호출이 가능한데 이 경우 청각장애인 택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승객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비일비재하다.T맵 승객이 호출한 승차지에 도착했지만 승객은 나타나지 않고 “희롱 문자”만 받은 일도 있었다고. T맵 택시로 무작위 배차가 될 경우 ‘청각장애인이 운영하는 택시입니다. 배차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라는 알림창이 뜨는데 이 메시지를 본 승객들이 승차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기사의 고충을 파악한 코액터스는 편견 없는 운송 현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고용 방식과 전액 월급제를 도입해 기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SK텔레콤과 협력해 청각 장애인 전용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과 T케어 스마트워치를 연계해 전 차량에 탑재했다. ADAS는 카메라와 지능형 영상 장비를 통해 수집한 실시간 주행 정보를 분석해 운전자에게 위험 요소를 알려주는 보조시스템이다. 위급 상황에 대비해 경찰청과 ‘긴급 SOS’ 시스템도 구축했다. 기사가 스마트워치의 SOS 버튼을 누르면 실시간 위치와 현장 상황이 112에 전달된다.
코액터스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운전만 가능하다고 드라이버로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 경력증명서’를 발부 받아 무사고 운전 경력을 검토하는 등 엄격한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차량에 ADAS 시스템을 설치해 차선 이탈이나 차 부딪힘 등을 미리 감지하고 ‘진동’으로 경고하는 기능도 탑재해 운전 편의와 안전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필담’ 인터뷰를 마치면서 송씨가 재차 강조한 말이 있다. 그는 주·야간 드라이버 수를 곰곰이 세보며 “고요한 엠을 홍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쓴 후 노트를 두어번 두드렸다. 드라이버 한명 한명이 청각장애인 택시를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의미다.
시승을 마친 뒤 기자가 건넨 연락처로도 다시 한번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는 “차별 없는 택시를 만들기 위해 일하겠다”고 보냈다. 비록 그의 메시지는 짧았지만 세상의 편견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와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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