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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조원태 한진그룹(한진칼) 회장과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결 수순을 밟고 있다. 피 말릴 정도로 다툼이 치열했던 만큼 경영권 분쟁이 끝난 현재 양측의 상황은 복잡하다. 양측에게 남아있는 수순은 뭘까. 유력하게 그려지는 양측의 밑그림을 진단해 봤다.
KCGI는 조현아에게 웃돈 주고 지분 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주식 5만5000주를 3월8일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에 장외매각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지분 매도로 약 33억7000만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되며 KCGI의 한진칼 보유 주식수는 1156만5190주에서 1162만190주로 늘었다. KCGI의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7.54%로 소폭 확대된 반면 조 전 부사장은 5.71%로 축소된 것이다.업계에선 조 전 부사장의 주식을 KCGI가 웃돈을 주고 산 점에 주목한다. 당시 주가는 5만8600원이었으나 KCGI는 6만1300원에 매입했다.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비슷한 듯 다른 KCGI-반도건설… 엑시트 나설까
업계에선 경영권 분쟁을 주도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영향력이 약해지며 KCGI와 반도건설의 입장 차이로 2자연합 구도에도 금이 갈 수 있다고도 본다. 소위 최적 ‘엑시트’(지분매각) 시점을 두고 ‘눈치게임’을 벌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KCGI의 지분은 17.40%, 반도건설은 17.15%다. KCGI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 취득 당시 단가는 1주당 3만원대로 추정되며 경영권 분쟁이 치열했을 당시 1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6만원 근처를 맴돌고 있다.투자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 만큼 한진칼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띄운 뒤 지분 매각을 검토할 수도 있다”며 “문제는 현시점에선 많은 양의 주식을 한꺼번에 블록딜로 매각해야 하지만 이 물량을 받아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달라 서로 엑시트 타이밍을 정리할 필요는 있다”며 “펀드인 KCGI는 자금회수 압박을 받는 데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한 상황이어서 만기 시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반도는 단순 투자보다 부동산개발 등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엑시트 시점에 대해서는 “엑시트를 위해 지분을 팔아야 한다는 전제 아래 그들의 관계가 끈끈할 경우 상호 논의를 하겠지만 만약 아니라면 먼저 탈출하는 쪽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독립기념일 이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종식시켰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할 것이고 결국 항공·여행업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 이후가 3자연합의 엑시트 타이밍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업계 내에선 3자연합이 주식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KCGI 등 3자연합이 보유한 신주인수권(한진칼3WR)은 전체 신주의 37.5%인 439만92주다. 이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하더라도 42.9%에 불과해 조 회장 측과 격차가 4.43%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이 유리하다는 게 관계자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3자연합이 지난해 여름 120만주를 살 때만 해도 주당 8만2500원이었고 이를 주식으로 바꾸려면 총 990억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이보다 300억원가량 줄어든 상태”라며 “현재 가액은 6만2400원으로 보통주 5만8800원보다 3600원이 비싸 팔면 오히려 손해고 행사가액의 최저한도가 5만7750원이어서 이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가가 치솟더라도 지불할 금액이 미리 정해진 만큼 현재는 주가가 안정화하는 게 낫다는 분석.
신주인수권증권(WR)은 상장회사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신주인수권만 따로 떼어내서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행사 기간 동안 거래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거래기간은 3년 또는 5년 등으로 정해진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조 회장 측과 3자연합이 그동안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지만 지배구조 이슈가 정리됐고 실적도 앞으로 코로나19 이후 개선 여지가 있어서 다툼이 생길 여지가 적다”며 “오히려 코로나 이후의 노사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KCGI와 반도건설은 단순 투자가 아닌 경영권을 노렸기 때문에 엑시트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2의 3자연합 가능할까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단순 항공사가 아니라 방위산업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는 사실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혈맹으로 불릴 만큼 끈끈한 관계를 자랑하는데 그 배경엔 양국 정부의 관계도 한몫한다”며 “대한항공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전투기 정비시설을 운영하며 F-15와 F-16 등 미군 전투기의 창정비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델타항공은 인천공항을 아시아 허브로 삼은 만큼 파트너가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도록 지원할 수밖에 없다”며 “만약 또다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그때도 똑같이 대한항공을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녀 조현아에 돌아갈 몫은…
수년째 무직 상태인 조 전 부사장의 수입은 한진칼·대한항공·정석기업 등으로부터 받는 약 10억원 내외의 배당금이 유일하다. 그는 아버지인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600억원을 부담해야 하며 매년 120억원가량이 필요한 상태. 최근 조 전 부사장이 KCGI 측에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것도 상속세 재원 마련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조 전 부사장은 호텔과 기내식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누나인 조 전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동안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산 매각을 실시했다. 기내식과 면세부문을 1조원에 매각하는가 하면 호텔과 서울 송현동 부지도 내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현재 그룹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는 셈”이라며 “현재 보유한 지분을 유지하면서 배당금을 받으며 버티다가 주식가치가 상승했을 때 추가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족을 배신했다는 낙인 탓에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훗날을 도모하려 할 수도 있다”며 “조 회장 측에서도 이런 점 때문에 조현민 한진 부사장처럼 그룹의 일원으로 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현시점에선 조 전 부사장에게 돌아갈 몫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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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자본시장과 기업을 취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