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범정부 백신도입 TF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4.1/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 유럽연합(EU)과 인도 등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수출 제한을 걸어 백신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정부가 이를 적극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아울러 최근 더딘 접종속도를 높이기 위해 1차 접종자 확대 방안도 마련했다. 백신 주사기 잔여량을 최대한 활용하거나 1~2차 접종간격을 늘려 2차 접종 물량을 1차 접종으로 대체하는 등의 방식이다. 정부는 이러한 투트랙 전략을 통해 오는 11월 집단면역 발생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백신 수급 불안에 TF구성…복지부 장관 팀장에 외교·통상 측면 지원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일 코로나19 백신 수급 상황 및 신속한 대응을 위해 '범정부 백신도입 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가졌다. 이미 접종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이 마련돼있지만, 최근 전세계 백신 수급 문제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어 외교적 업무에도 힘을 주기 위해 TF를 추가 구성한 것이다.


이번 TF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을 TF팀장으로 하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 방역당국 수장 모두가 구성원으로 포함됐다. 여기에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최종문 외교부 2차관 등도 힘을 보탠다.

차관급 기관인 질병청이 주도해 백신 공급 업무를 맡던 상황에서 정부 부처간 업무 조정이 비교적 용이한 복지부가 TF 업무를 주도하고, 여기에 외교와 통상 담당 부처가 이를 측면 지원하는 형태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유럽연합(EU)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생산 안정화까지 AZ 백신의 역외 수출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정부도 최근 인도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백신 수출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전세계 백신의 27%를 생산하고 있지만 수출 물량은 0%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에 국내 백신 공급도 지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초 3월31일 코백스 퍼실리티 공급을 통해 AZ백신 물량 69만회분(34만5000명분)이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4월 3일로 다소 밀린 가운데 도입 물량도 43만2000회분(21만6000명분)으로 줄었다.


TF는 앞으로 정부와 국내 백신 도입 계약을 한 코백스를 비롯해 화이자, AZ, 얀센, 모더나, 노바백스사와 백신 도입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외교적 업무가 수반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전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이 제한돼 많은 국가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극복하고 예방접종에 차질이 없도록 백신 수급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산 제조 LDS 주사기, 외교협상 카드 가능성도

외교적 업무로는 국산 최소잔여형(LDS)주사기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LDS 주사기는 버려지는 백신 물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도록 만들어진 특수 제품이다. 국내에서 풍림파마텍·신아양행·두원메디텍 등 중소업체가 생산하고 있다. 일본 등 해외에선 이러한 특수 주사기를 미리 준비하지 못해 남겨진 화이자 백신 상당량을 폐기하기도 했다.

화이자 백신을 기준으로 기존 주사기는 1바이알(병)당 6번의 접종이 가능하다. LDS를 활용할 경우엔 간호사의 숙련도에 따라 최대 7번의 접종도 무리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풍림파마텍, 신아양행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승인을 받았다.

TF 관계자는 "LDS가 아무래도 백신 접종량을 늘릴 수 있는 만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는 있다"며 "판매자 강점의 시장인 탓에 아직은 여러 방안을 알아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단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미국 측에서 LDS와 백신 물량 교환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해당 국가에서 많은 지원 요청과 필요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정도의 답변으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 확정 물량 목표 대비 26% 부족…"1차 접종자 확대 사활"

정부는 내부적으론 LDS 활용과 1~2차 접종일 간격 확대 등으로 1차 접종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분기 백신 도입 일정이 확정될 때까지 우선 1차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상당 수 백신이 1차 접종만으로도 일부 예방효과를 볼 수 있고, AZ백신의 경우 접종간격이 늘 수록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는 것이 이러한 결정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같은 대응은 당장 2분기부터 국내 백신수급 상황이 아슬아슬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올 상반기 도입을 확정한 백신 물량은 904만4000명분(1808만8000회분)이다. 정부가 2분기까지 총 1200만명(2400회분) 이상을 접종하겠다는 계획보다 약 26% 부족하다.

이를 메울 수 있는 얀센과 노바백스, 모더나 백신이 당초 2분기 도입이 계획돼 있지만, 아직 공급 일정이 구체적이지 않아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사들과 지속 협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TF구성 자체가 다소 늦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위해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치적·외교적 노력과 전략이 갖춰져야 하는데, 정부가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선구매했어도 제대로 받는 것을 보장하지 못해 수동적인 전략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은경 단장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백신 확보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나 이러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예방접종을 차질 없이 시행하기 위해서 범정부적으로 가능한 모든 방안을 활용하여 적극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