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아파트입주예정자들, 거리가게·노점과 왜 전쟁 벌이나?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노점 대신하는 거리가게도 반대
노점은 "우린 생계형…조건 지킬테니 장사하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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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지난 22일 오후 찾은 청량리역 4번 출구와 5번 출구 사이에는 노점 20여개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음식을 파는 노점 사이로 시민들이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좁은 구간은 행인 두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정도였다.
◇청량리역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거리가게도 반대"
동대문구는 지난 2019년 거리가게 허가제 협약을 체결하고 노점을 거리가게로 바꾸고 있다. 내년까지 정비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거리가게 허가제'는 보행권 등 일정 조건을 갖춘 거리가게에 정식으로 도로점용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10년간 운영한 뒤에는 철거해야 한다.
서울시는 거리가게가 상인 생존권과 시민 보행권을 동시에 확보하는 '상생모델'이라며 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청량리역 인근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거리가게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거리가게 허가제로 생겨난 부스는 한번 설치하면 철거가 불가능하다"며 "불법 영업을 해왔던 노점상에게 반영구적인 영업권을 보장해주려고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10년간 임대 후 철거가 규정으로 되어 있으나 10년 후의 상황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행권 침해와 함께 오수 방류, LPG가스통 사용, 취객으로 인한 치안도 문제 삼았다.
동대문구 주민 제안 페이지에는 올해 올라온 노점상 관련 민원만 3000개가 넘는다. 인근 아파트 4개 단지의 입주 예정자들은 거리가게 허가제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노점상들 "평생 여기서 장사했는데 어디로 가나"
반면 노점상들은 생계형 장사를 계속하게 해달라는 입장이다.
청량리역에서 20년간 노점을 운영한 50대 김모씨는 "보행권을 확보하고 요구하는 조건은 다 지킬 테니 장사만 할 수 있으면 된다"며 "우리는 정말 생계형"이라고 강조했다.
내부에서는 보행권을 침해하는 일부 노점과 선을 긋는 모습도 보였다.
현재 청량리역 4번 출구와 5번 출구 사이에서 영업하는 노점 23곳 중 21곳은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소속이다. 민노련 소속 노점들은 "비회원 노점 2곳에서 주류를 판매하고 노점 공간을 늘려 보행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노련 소속 노점은 거리가게 대신 이달 말 자비를 들여 규격화 가게를 설치할 계획이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청에서 요구하는 규격에 맞는다면 승인할 수 있다"고 했다.
◇상가 상인들, 펜스 세워 거리가게 설치 막기도
청량리역 인근 한 상가 앞은 상인들이 노점상과 갈등을 빚다가 약 30m 길이의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상가 앞 버스정류장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철제 펜스를 한 바퀴 돌아가야 하는 구조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상가 앞에는 노점상 15개가 장사를 하고 있었다. 동대문구가 거리가게를 설치하기 위해 노점상을 철거한 사이 상가 상인들이 철제 펜스를 설치했다. 노점상이 있던 곳은 상가 상인들의 사유지다.
이복선 청량리 현대코아관리단 위원장은 "우리 땅을 차지하고 24년 동안 그냥 노점상을 운영했다"며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청은 거리가게를 설치할 장소가 사라지자 자동차도로 폭을 1m 줄이고 버스정류장 쪽 인도 폭을 넓혔다. 넓힌 인도에 거리가게를 설치할 계획이다.
인근 상인들은 버스가 많이 오가는 정류장 바로 옆에 거리가게를 설치할 경우 운전자 시야를 방해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몇 차례 논의에도 평행선…개발사업 맞물려 갈등 커
청량리역 거리가게는 일대 대규모 개발사업과 맞물려 갈등이 커졌다.
청량리역 일대는 강북 재개발사업의 핵심 사업지로 꼽히고 있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집창촌이 사라지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노선과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낙후된 이미지가 사라질 거란 기대가 큰데 거리가게가 이미지 개선을 막는다고 우려한다.
동대문구청 관계자는 "입주 예정자들과 2~3차례 만났지만 무조건 (거리가게를) 반대하는 입장이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거리가게 시범사업을 진행한 영등포구는 노점상연합회 면담, 주민 공청회 등 20여 차례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40여년 만에 영등포역 일대 불법 노점상을 철거하고 거리가게 허가제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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