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 A회사의 회계업무 담당자로 일하며 수출 유망 중소기업 지정 등 일을 하던 B씨는 어느 날 회사 대표의 개인사업자 회계 업무를 강요받고, 대표의 다른 회사 두 곳의 일도 도맡았다.

B씨는 이를 사적용무 지시로 보고 부당하다고 판단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그날부터 대표와 부사장의 폭언과 협박이 시작됐다. 기댈 곳이 고용노동부밖에 없었던 B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으나, 근로감독관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처리기한인 60일을 넘어서까지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이후 신고한지 5개월 만에 대질조사가 시작됐으나 회사는 그 사이 업무방해죄, 업무상배임죄 등으로 고소까지 했다. 불안 증세 때문에 B씨는 대질조사는 힘들다고 말했지만, 근로감독관은 "대질조사에 나오지 않으면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2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1~3월 세달간 신원이 확인된 제보 637건을 분석한 결과 이중 근로감독관의 갑질 제보는 72건(11.3%)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감독관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조건의 실시 여부를 감독하는 공무원으로,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한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의 직무도 행할 수 있다.

그러나 용기를 내 신고한 직장인들이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또다시 갑질을 당했다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근로감독관은 60일 이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B씨의 사례처럼 담당자의 인사 등의 이유로 60일을 넘는 경우도 있다.


B씨는 "노동부 신고가 정말 원래 이런 것인지 모르겠다. 근로감독관에게 2차 상처를 받는 상황"이라며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초조하고 불안하다"라고 했다.

시간 외 수당, 연차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노동부에 신고했다는 C씨의 경우 "신고 후 요구해도 근로감독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직원들이 느끼기에는 근로감독관이 나서서 적당한 선에서 중재하고 합의하라고 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합의 종용을 받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에도 Δ노골적으로 회사 편들기 Δ신고 취하 및 합의 종용 Δ무성의 및 무시 Δ시간 끌기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전은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은 괴롭힘으로 고통받다가 수십 번 고민한 후 용기 내서 노동부를 찾는다"며 "하지만 노동부 진정 이후, 수사 의지 없이 오히려 사건 하나를 떼려는 근로감독관의 무관심한 태도에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피해노동자가 괴롭힘 행위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이므로 조사과정에서의 전문성과 공감 능력이 더 요구됨에도, 신고사건 처리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에 의해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교육과 업무처리 감독을 철저히 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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