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실조회 신청 기각 결정을 비판했다. 재판부 결정에 불복한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22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진=뉴스1
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실조회 신청 기각 결정을 비판했다. 재판부 결정에 불복한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22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지난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90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임 전 차장은 올해 1월18일 공판 이후 약 3개월 만에 법정에 출석했다.

앞서 임 전 차장 측은 올해 2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 관련 일선 판사들의 의견을 듣는다며 부장판사 10명과 면담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해당 보도는 윤 부장판사도 참석한 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위해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 면담 이후 윤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재판을 심리하는 게 김 대법원장의 의도가 담긴 인사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검찰은 "사실조회 신청 목적에 비춰보면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대외적으로 표현하고 재판부 공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런 신청 사유는 위법할 뿐 아니라 매우 부적절해 기각하는 것이 상당하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직접 발언 기회를 통해 "이 사건 관련 기피 신청을 했고 기피 재판부는 2019년 7월2일 기피 신청을 기각하며 '신청인은 이 사건 법관이 유죄 예단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아무런 소명이 없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판시 내용은 '소명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한 것"이라며 "재판장이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가 됐고 이 점에 대한 진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사실조회 신청을 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 역시 30년간 법관으로 공직한 사람으로서 재판장의 고뇌 어린 심경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헌법 103조 법관의 양심은 헌법 19조가 말하는 개인적 양심과 확연히 구별된다"고 강조했다.

임 전 차장은 "헌법 103조 법관의 양심은 법관 지위에서 갖는 직업적·기능적 양심이다. 재판함에 있어 헌법 19조가 규정하는 개인적 양심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개인적 양심을 후퇴시키고 법관으로서 양심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보도와 같이 재판장이 대법원장이 주재한 면담에서 그같은 발언을 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임했다면 그것은 법관으로서 직업적 양심보다 개인적 양심을 우선한 게 아닌가 피고인은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의 생명이자 요체는 재판부의 공정한 구성이고 그런 관점에서 법관의 제척·기피·회피 규정을 두는 것"이라며 "그와 관련한 사실조회는 법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양측의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신청서 내용과 검사의 의견, 피고인 본인의 진술 내용 등을 살펴본 후 본 건 이의신청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