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개인이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존에 운영하던 개인사업체를 폐업하고 비슷한 업종의 새 회사를 설립했다면, 채권자는 새 회사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안모씨가 A사를 상대로 낸 동산인도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식회사는 주주와 독립된 별개의 권리주체이므로 그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러나 회사가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해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씨는 채무를 면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의 개인사업체인 B사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이 동일한 A사를 설립한 것"이라며 "안씨는 전씨뿐만 아니라 A사에 대해서도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사가 이 사건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안씨의 남편은 2013년 5월 안씨를 대리해 전모씨와 안성시에 있는 부동산을 13억원에 매도하기로 하고, 토지 중 도로 지분 및 토목공사를 3억3000만원에 매도하기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전씨는 2013년 8월 안씨에게 '미지급액 1억6000만원, 부가가치세 5075만원'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주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인쇄지함 제조업체 B사의 명판 및 자신의 인장을 날인했다.

전씨는 2015년 10월 B사를 폐업신고하고 같은해 11월 인쇄업체 A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B사 폐업당시 사업장 소재지와 A사의 본점 소재지는 동일하고, A사의 주식은 전씨 50%, 전씨의 형이 30%, 전씨의 아버지가 20% 보유했다.

A사는 B사의 장부상 부채를 모두 인수했지만 안씨와의 채무는 인수하지 않았다.

안씨는 A사가 전씨의 채무를 공동해 부담해야 한다며 A사 명의의 동산을 인도하거나 미지급 정산금 1억400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전씨가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전씨은 이 사건 채무를 몰랐을리 없을텐데도 B사의 자산과 부채를 포괄적으로 이전받으면서 유독 이 사건 채무만은 인수하지 않았다"며 "A사와 B사가 별개의 인격임을 내세워 채무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회사제도의 본래 취지에 반한다"며 A사가 안씨에게 1억4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안씨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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