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5.1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유새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문 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후보자들의) 검증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자 국민의힘 한 의원이 보인 반응이다. 문 대통령의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과 그 직후 열린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인사청문 정국은 정부·여당과 제1야당 사이 한층 강경한 자존심 대결의 장이 돼버렸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등 총 네 명의 국무위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대회에 나설 예정이지만, 문 대통령의 노골적인 '저격'을 받은 국민의힘과 공개적 '지원'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이 타협점에 다다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까 (문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니 기가 막히더라. 완전히 마이웨이 옹고집(이었다). 국민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내 갈 길 가겠다(는 모습이었다)"라며 민주당에 대해서는 "의원들이 청와대 거수기를 하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김 원내대표는 거대 여당에 맞서는 '강한 야당'을 기치로 내걸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토론회에서 과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당시 "거대 권력에 맞서 싸웠다"라며 "싸워야 할 때 싸울 줄 아는 사람이 저다"라고 자신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른바 '강한 야당 프로젝트'가 원내사령탑에 앉은 지 약 열흘 만에 인사청문 정국으로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의 대응 기조는 지난 6일 김 원내대표 주재 의원총회를 거치면서 하루만에 '3명 후보자(임혜숙·노형욱·박준영) 지명 철회'로 한층 강경해졌다.


문재인 정권에 맞선 '투사' 이미지를 부각해온 김 원내대표로서는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여당을 감싸안자 이 같은 강경 기조에서 한 발도 물러나기는 힘든 상황에 처했다. 국민의힘의 한 다선 의원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21대 국회 초반과 지금의 원내 상황은 같을지 몰라도 민심은 분명 달라졌다는 게 (당내) 일반적인 생각"이라며 "문 대통령 기자회견까지 더해졌으니 이제 우린 물러날 곳이 없어진 것 아니겠나.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김부겸 후보자와 3명의 장관 후보자 중 한 명이라도 낙마시킬 경우 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일단 당내 합격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들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국무위원 후보자를 끌어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재·보선 이후 좀처럼 오르지 않는 당 지지율이 변수다. 만약 국민의힘이 무의미한 '발목잡기'를 하는 것으로 비친다면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를 걸을 수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이 정부·여당의 국무위원 인사 강행에 맞서 원내 투쟁을 일삼을 때도 지지율은 고전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3명 지명 철회 요구가 정말 민심이 원하는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문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하락세인 만큼 청와대 레임덕을 십분 활용해 대여 공세의 고삐를 죄겠다는 쪽으로 당내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한 명은 낙마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청와대의 응원에 힘입어 인사청문보고서 단독 처리를 강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봤다"면서도 "저쪽(민주당) 의원들도 사적으로 만나면 '이번에는 이렇게 가면 안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번에는 좀 달라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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