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수사처장이 17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1.6.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의 갈등 기폭제가 된 '유보부 이첩'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주 기자간담회와 국회 법사위 출석으로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나섰지만 유보부 이첩에 대해선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공수처와 검찰의 소모적인 갈등이 계속되고 피의자 방어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는 만큼 법제화 등 실효성 있는 해결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처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보부 이첩'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공수처가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 사건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권한을 갖고 있는데, 공수처에 접수된 1500건이 넘는 사건 중 검사 비위 사건이 40%에 달해 유보부 이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유보부 이첩'(조건부 이첩)은 사건을 검찰에 넘겼더라도 수사 완료 후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판단하는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는 주장이다.

공수처가 여건상 모든 검사 비위 사건을 수사할 수 없지만 검찰의 판검사 기소율이 0%대인 현실을 고려했을 때,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 검사에 대한 기소는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에선 '유보부 이첩'이 현행 법체계에 존재하지 않는 논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법부 역시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공수처는 검찰에 재이첩한 이규원 검사 사건의 기소권을 주장해왔지만 검찰은 이를 거부하고 이 검사를 직접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이 사건의 재판부는 지난 15일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주장을 일축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하고 있다. (공수처 제공) 2021.6.8/뉴스1

여기에 '자동입건' 논란까지 불거지며 혼란은 가중됐다.

공수처는 이달 초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과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당시 대검 수사지휘과장), A검사가 연루된 사건에 '공제5호'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입건했다. 이 사건은 '검찰의 공수처 이첩→공수처의 검찰 재이첩→공수처의 재재이첩 요청→검찰 반대에도 공수처가 자동입건'이라는 초유의 경로를 밟고 있다.

공수처의 '재재이첩' 요청에도 검찰은 사건을 다시 넘기지 않은 상태지만, 공수처는 이 사건을 내부 사건사무규칙을 근거로 입건했다. 이 규칙에는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유보부 이첩하면 해당 사건이 자동으로 입건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조계에선 이 '자동입건' 개념 역시 생소하다는 주장이 많다. 입건은 보통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개념으로 쓰이는데, 공수처의 자동입건 소식이 알려지자 이를 수사 착수로 해석해도 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김 처장이 '유보부 이첩' 주장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공수처와 검찰의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두 기관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형사사법체계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피의자의 방어권을 침해하고, 수사 효율성 역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국회에선 유보부 이첩 논란을 정리할 입법 움직임이 시작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금지하고, 검사 비리 사건의 경우 검사가 공수처에서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게 적절하다 판단할 때에는 공수처에 재이첩할 수 있게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지난달 대표 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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