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혼란 낳은 정부발 '타이레놀' 처방… 대체조제 활성화 단초되나
[머니S리포트-정부가 쏘아올린 '상품명 처방' 논란①] 20년 제자리 던 동일성분 조제 이슈로 이어졌나
이상훈 기자
10,351
공유하기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가 어느덧 1500만명을 넘어섰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건수 역시 6월23일 0시 기준 누적 7만6109건에 달했다. 상반기 접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일일 접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재도 매일 3000명에서 5000명가량이 이상반응을 호소한다. 백신 접종 초반이던 3월 방역당국은 이상 반응에 대한 대국민 우려가 높아지자 ‘진통해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백신 접종 후 일반적 반응인 고열·두통·근육통 등이 있을 땐 응급실 방문을 자제하고 해열진통제를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섣부른 ‘특정 상품명 거론’이었다. 여파는 의외로 컸다. 정부가 호명한 ‘타이레놀’은 시중에서 찾기 어려운 ‘잇템’(꼭 있어야 하거나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상품)으로 둔갑했다. 때마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동일성분 의약품 조제 및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 사후통보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한 약업계는 ‘타이레놀 상품명 지명’이 불러온 사회적 이슈를 약사법 개정을 위한 호기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약사 출신 의원은 앞다퉈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말해요’ 캠페인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쏘아 올린 ‘타이레놀 상품명 논란’을 둘러싼 의료계와 약업계 입장을 살펴봤다.
급기야 얀센의 모회사인 존슨앤드존슨은 타이레놀 재고 500만개를 일시에 풀어 품절 사태 진화에 나서는 등 그동안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벌어졌다.
왜, 타이레놀 파동이 동일성분 조제 이슈로 이어졌나
이렇듯 정부발 타이레놀 상품명 처방 사태는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에 ‘동일성분 의약품’이라는 이슈를 수면 위로 급부상시켰다.
동일성분 의약품은 ‘대체조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약업계의 해묵은 화두였다. 대체조제 활성화 이슈는 의약분업 이후 자리 잡은 ‘상품명 처방’에서 출발한다.
국내 처방의약품 시장 즉 의사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 시장은 ‘상품명’ 중심으로 흘러간다. 처방 의사가 선택한 특정 제약사의 특정 제품이 처방전에 명시된다. 약사는 의사처방전에 적혀있는 제품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하는 시스템이다.
상품명으로 처방이 이뤄지다 보니 미처 해당 의약품 구비가 안 된 약국에서는 조제를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값비싼 오리지널 의약품 선호가 높은 소비문화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한 지 오래다. 정부는 건강보험재정 절감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 지급대상 의약품 현황’을 공개하며 동일성분의 저가약품 대체조제를 독려하고 있다. 대체조제에 따른 장려금은 절감된 약가의 30%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의약품이 조제되면 일반 환자 기준 20% 요율이 부과되는 본인 부담금 역시 감소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저가약 대체조제율은 평균 0.26% 수준에 그쳤다. 저조한 대체조제율은 국정감사 단골 손님이 될 수밖에 없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6월2일 공개한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 지급대상 의약품은 1만2809품목에 달했다. 약제급여목록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의약품은 2만5000여개로 절반 가량은 대체조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동일성분 의약품 대체조제를 위해서는 처방의사에 전화나 팩스 등으로 통보해야 한다”며 “행정적인 불편 등 현실 문제가 대체조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불편한 행정적인 절차와 함께 처방권을 가진 의사와의 마찰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체조제 명칭 변경하고 사후통보는 DUR로”
정치권에서도 저가약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왔다. 21대 국회에서는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부천정)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서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내용은 ▲‘대체조제’를 ‘동일성분조제’로 용어 변경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을 통한 사후 통보 방법 추가가 주요 골자다.
대체조제라는 어감이 의사 처방권 침해와 같은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체’라는 단어를 ‘동일성분’으로 대체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전화와 팩스로 통보해야 했던 불편한 사후 통보 절차를 DUR 시스템으로 해결하자는 게 서 의원의 제안이다.
일명 ‘DUR 사후통보’ 법안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는 의료계 반발 등을 감안해 협의체 구성이 제안됐다. 하지만 협의체에서는 의약계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고 이어진 6월 국회에서도 심의 대상에 들어가지 못했다. 일단은 차기 임시국회인 7월로 심의가 미뤄진 상태다.
법안 심의와 별도로 국회에서도 ‘타이레놀 사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약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동일성분 의약품’이라는 대국민 인식전환 활동에 적극 나섰다.
6월16일 열린 임시국회 전체회의에서도 타이레놀 문제가 조명됐다. 서정숙 의원(국민의힘·비례)은 “(타이레놀 사태를 계기로) 똑같은 성분(동일성분)과 효능이 입증되면 상품이나 제약사 이름이 아닌 성분명으로 투약과 조제가 (이뤄질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언급했다.
서 의원은 “타이레놀 사태를 동일성분 의약품에 대한 대국민 인식전환을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이와 별도로 ‘동일성분 의약품 챌린지’를 펼쳐 대국민 인식 전환에 발 벗고 나섰다. 이 캠페인에는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송파병)과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광진갑)도 참여했다.
전 의원은 “백신 접종 이상 반응에 효과 있는 의약품은 특정 제품이 아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라며 “약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진통제 주세요’라고 말하고 약사 복약지도에 따라 안심하고 복용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