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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어쩌다 보니 팀 내에서 선배보다 후배를 더 두게 됐다. 여느 때라면 지시를 받아 일하겠지만 상황에 따라 팀원들에게 지시해야만 할 때가 있다.
무엇이 더 부담스럽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후자다. 지시하는 과정에서 '꼰대'로 인식될까 봐 남몰래 노심초사를 하게 된다. 필자와 연차가 비슷한 주변 동료들도 이런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꼰대란 자신의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을 아랫사람에게 강요하는 상사와 연장자를 의미한다. 요즘은 의미가 더욱 넓어져 '훈수 또는 조언을 자주 하는 상사'도 꼰대로 분류되곤 한다.
개인적으로 상사나 관리자라면 아랫사람의 잘못을 지적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뻔히 보이는데도 방치할 경우 피해는 다른 팀원들이 감당하기 때문이다.
조직 전체의 신뢰도를 위협하는 위험 요인(리스크)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사전에 리스크를 억제하는 리더의 지적과 훈수, 질타는 엄연히 필요한 법이다.
문제는 상사 본인의 '꼰대력'이 리스크인 경우다. 이견과 견해를 수용하지 않고 본인의 고집만 앞세우는 꼰대는 팀 사기를 저하하고 업무 효율성까지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기피 1순위는 자신의 경험만을 근거로 팀원을 단정적으로 판단해 업무를 조율하는 꼰대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 함께 일한 A선배는 틈날 때마다 후배의 기자적 재능을 평가했다.
"B는 기자가 적성이 아닌 것 같다" "C는 지금이라도 다른 일을 구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식이었다.
A선배는 기자로서 평판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의 품평이 해당 기자의 부정적인 평판에 기여한 것은 분명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는 격언이 있듯 말로 한 번 규정된 평판은 낙인처럼 남아 잘 개선되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요지부동 꼰대'라는 불명예를 벗어던지는 길이 보인다. 구습에 익숙한 사고에서 벗어나 주변의 조언을 듣고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줄 아는 것이 꼰대 탈출의 길이다.
1970년 8월 만 27세였던 밥 우드워드는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기자직에 지원했다. 그러나 "기사를 쓸 줄 모른다"는 혹평을 받았다. 당시 수도권 뉴스 담당 편집장 해리 M. 로젠펠트는 우드워드에게 지역 신문에서 경력을 쌓아 다시 지원하라고 말했다.
지역 주간지에서 일하게 된 우드워드는 로젠펠트에게 3~4주마다 한 번꼴로 전화해 워싱턴포스트의 채용 계획을 집요하게 물었다. 심지어 로젠펠트가 휴가 중인데도 그의 집으로 연락해 인력 충원 여부를 확인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느낀 로젠펠트는 우드워드에게 "당신 때문에 휴가를 망쳤다. 인력 충원하면 연락할 테니 다신 먼저 전화하지 마라"라고 호통을 쳤다.
로젠펠트는 우드워드가 매우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광경을 지켜보던 로젠펠트의 아내는 다르게 판단했다. 남편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당신이 입버릇처럼 원한다고 말한 기자가 바로 우드워드 같은 기자 아니었어요? 기자들이 끈기 없고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한숨을 쉬었잖아요!"
로젠펠트는 '가부장 꼰대'가 아니어서 아내의 조언에 귀 기울일 줄 알았고 자신의 권위보다 젊은 기자의 패기에 더 주목할 줄 아는 리더였다.
워싱턴포스트에 입사한 우드워드는 얼마 되지 않아 기어이 사고를 친다. 동료 칼 번스타인과 끈질기게 추적해 리처드 닉슨 행정부의 도청 스캔들 '워터게이트'를 파헤친다. 워터게이트 단독 보도는 세계 저널리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특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올 하반기 민간 기업과 공공기관, 언론사까지 공개 채용 절차를 잇달아 진행한다. 담당자들이 이력서를 앞에 두고 스스로 꼰대가 아닌지, 확정적 평가 기준에 사로잡혀 인재를 놓치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살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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