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 2018.8.6/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봤다며 출판사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부장판사 박석근)는 19일 창비 등 출판사 11곳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출판사들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상대로 제기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순차적으로 소를 취하해 이들의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이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가 창비 등 출판사 10곳의 납품이익 690여만원에서 812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다만 문학동네의 7900여만원 청구 부분은 전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 공무원들이 순차적으로 공모해 출판진흥원 소속 직원에게 문제도서 목록을 전달해 2014년과 2015년 세종도서 최종 3차 선정위원회에서 심사위원에게 문제도서가 세종도서에 선정되지 않도록 지시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 참여 문인을 비롯해 밀양 송전탑 반대 등 정부에 비판적 활동에 참여한 문인들 등 당시 야당인사를 대상으로 지지를 표명한 문인들을 주된 배제대상으로 한 점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표방하는 것과 다른 정치적 견해나 이념적 성향을 갖고 있다거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표명하거나, 정부를 반대하는 정파에 속한 것으로 평가되는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등의 이유로 문화예술인이 집필한 도서를 도서선정 및 지원 사업 대상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도록 지시한 공무원들의 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로 불법행위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출판사들의 책이 세종도서로 선정되지 않아 납품하지 못했던 이익에 해당하는 금액을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종도서로 선정되지 못해 출판사들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돼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창비, 문학동네, 해냄출판사, 이학사, 또하나의 문화, 한겨레출판, 실천문학, 산지니, 푸른사상사, 삼인, 삶창 등 11개 출판사는 지난 2017년 11월 총 5억6667만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앞서 2014~2015년 세종도서 심사 과정에서 22종의 특정도서들이 정부의 불법적 지시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도서는 정부가 전국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할 우수도서를 선정해 종당 1000만원 이내로 구매해주는 사업이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은 박근혜정부에 배치되는 정치적 입장이나 이념을 보이는 작가의 작품을 세종도서 선정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했고, 그 지시를 받은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담당 직원들이 이를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배제된 도서에는 세월호참사를 다룬 작품들을 비롯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그린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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