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수술실에서 병원관계자들이 CCTV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음상준 기자,이영성 기자,이형진 기자,권영미 기자,강승지 기자 = 수술실 내부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폐쇄회로)TV를 설치·운영토록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통과하자, 의료계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위는 이날 수술실 안에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른바 '수술실 CCTV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후 약 6년 만이다. 2015년 1월 최동익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초 발의했지만, 19·20대 국회 때 번번히 통과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김남국·안규백·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로 발의했지만, 지난 4월 열린 법안소위에서 심사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그간 의료단체들은 수술실 내부 CCTV 설치와 관련해 수차례 성명서를 내고, 입법을 반대해왔다. CCTV를 설치로 의료진을 상시 감시상태에 두는 것은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저해하고, 의료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이들은 어려운 수술 회피, 수술환자의 신체부위 노출 및 녹화파일에 대한 저장·관리의 어려움, 의료인과 환자간의 신뢰관계 훼손, 불필요한 공포심 확대 및 재생산 등을 근거로 들었다.

CCTV 설치를 찬성하는 입장은 비의료인의 대리수술, 의료사고 등과 같이 환자의 생명이 직결된 문제에서 최소한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들은 마취 후 일어나는 성폭행, 성희롱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국민권익위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설문조사에서는 참여자의 98%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CCTV 설치 합법화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결국 이날 복지위는 오전 법안소위에 이어 오후 전체회의에서 수술실 CCTV설치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다.


그간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를 앞장 서 주장해온 민주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진 자율에 맡기자'고 했지만 수술실의 의료 행위는 단 한 번의 사고로 국민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문제"라며 "국민은 그 단 한 번의 사고를 방지하는 국가의 역할을 요구했고 마침내 정치가 그 부름에 응답했다"고 평가했다.

의료계는 발끈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한 법안이 통과되자 즉각 성명서를 통해 반발에 나섰다. 의협은 "해당 법안은 국민 건강과 안전, 환자 보호에 역행하는 것이며 의료수준을 후퇴화 시킬 것"이라며 "정부 여당은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 감시 환경 하에서 근무하는 의료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모두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 본회의에서라도 복지위의 오판이 바로잡히길 바란다"며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된다면 헌법소원 등을 통해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의료계는 '대리수술'과 같은 불법의료행위를 처벌 및 예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수술실 내부 CCTV 설치가 아닌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마취과, 외과 등에 지원하는 인원이 적어져, 환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병원계 역시 무자격 대리수술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극소수 의료인의 일탈행위에 대한 다양한 제재방안이 있음에도 여러가지 쟁점이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처리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출입기준 대폭 강화, 수술실 출입구 CCTV 설치 의무화과 같은 방법으로도 수술실에 최근 문제가 된 직역(의료기기 사원 등)에 대한 출입을 금지시키는 게 우선"이라며 "수술실 내부 CCTV 자율설치 의료기관 명단을 공개하는 것 만으로도,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회장도 이날 <뉴스1>에 "대리수술 등과 같은 잘못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처벌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며 "의료 현장에 비춰보면 수술실 CCTV 설치가 만병통치로 해결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전신마취 등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다. 환자 요청이 있을 때 녹음 없이 촬영하되, 환자와 의료진 모두 동의하면 녹음이 가능하다.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할 경우 등을 비롯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예외 조항'으로 인정해, 의료진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밖에 촬영 거부가 가능한 경우는 보건복지부령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CCTV 영상은 30일 이상 보관해야 하며, 영상 열람·제공은 수사나 재판 관련 공공기관 요청이나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CCTV 설치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고, 의료기관은 열람을 원하는 자에게 열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시행까지는 법안 공포 후 2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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