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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동인구(2856만8000명) 0.4%가 공인중개사 직업을 갖고 있다. 신도시 대단지 상가뿐 아니라 도심 곳곳, 어느 동네를 가도 가장 많은 것이 교회 다음으로 ‘복덕방’이다. 관련 법령과 제도 도입 38년 만에 공인중개사 역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은 실제 중개사의 소득 수준이나 시장에 적용되는 협의 요율 등 중요한 실태 조사 내용이 빠졌다는 평가다. 공인중개사의 연간 거래 건수, 사무소 유지비용, 정밀한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중개보수 적정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인중개사 수입 믿을 수 없어”
김광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집 한 채를 18번 보여줘야 1건 거래성사되는 게 현실”이라며 “현장 답사로 전체 업무 시간의 65%를 할애한다”고 토로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 7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11억930만원. 현행 중개보수 상한요율(0.9%)을 적용하면 매도인·매수인은 각각 998만원씩 총 1996만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국토부가 조사한 2020년 주택 거래량은 12만9305건. 단순 계산 시 공인중개사 1명당 연간 거래건수는 1.1건에 그친다.하지만 단체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주택거래 당사자들의 고충은 정부 논의에선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내 한 부동산법인 대표 A씨는 “주택 중개거래만 주로 하는 공인중개사의 매출은 신빙성이 낮다”며 “토지·상가·빌딩 거래의 90%는 사업자 거래이다 보니 비용 처리를 위해 카드거래나 현금영수증을 발행하지만 주택의 경우 부가가치세 10% 할인을 명목으로 대부분 (카드거래나 현금영수증 발생을) 안하고 소비자들도 ‘좋은 게 좋은 것’이란 관행으로 받아들여 매출 누락과 세금 탈루가 발생한다”고 폭로했다.
집 보여주는데 1000만원…
중개사들의 중개 행위와 관련, 수수료로 지불하는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개서비스의 ‘질’도 논란거리다. A씨는 “국내 주택 중개시장에선 집을 보여주는 게 중개사의 주요 업무인데 전문가로선 가장 하등의 업무”라며 “외국처럼 공실 상태가 아니라 인테리어가 다 된, 심지어 거주자가 살고 있는 상태로 보여주다 보니 내부 하자 같은 건 제대로 발견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거래 당사자 입장에선 집 보여주는 개념의 중개보수가 수백만원내지 천만원이 넘는다는 데 동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변호사, 세무사 등 기타 전문가 직군과 비교해도 보수가 비싼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이뿐 아니다. 퇴거자와 입주자의 이사 날짜가 협의되지 않는 경우 공백기간 발생하는 단기 임대료나 잔금을 치를 신용대출 등의 이자비용도 중개사가 직접 조달해 주거나 알선해 줄 수 없는 점은 중개서비스 품질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거래 당사자가 제2금융권 등을 이용해 자금조달을 하고 이자비용까지 부담한다.
A씨는 “2000년대 키움증권이 온라인 HTS를 내놓으며 수수료를 파괴했고 이것이 가격 인하의 시작이 됐다”며 “부동산 중개업도 증권 중개와 다를 바 없다. 과거엔 온라인 플랫폼이 없어서 소비자의 선택권이 적었을 뿐 국토부가 이렇게까지 안해도 정찰제가 아닌 이상 중개사들은 당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소유권 분쟁도 많은데 현행 공인중개사 손해배상 책임보험금 한도는 1억원으로 서울 평균 집값의 10분의 1도 안된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중개사고 가운데 50.6%는 권리관계 문제다. 이번 개편안엔 보험 한도 인상 방안이 담겼지만 무작정 높일 수도 없다는 게 중개업계의 주장이다. 한 중개사는 “1억원당 공인중개사가 부담하는 연간 보험료가 11만~19만원 수준이어서 보험 한도 인상에 따른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고 말했다.
중개업계의 오랜 ‘수수료 담합’ 관행도 해결 과제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들은 단체를 구성해 다른 중개사의 중개를 제한하거나 공동중개를 막는 행위가 금지된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지역 내 친목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영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 중개보수, 美·日보다 6배 낮다?
중개업계는 미국이나 일본 등의 중개 보수율이 3~6%로 한국보다 높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특정 매물이 한 중개인에 의해 거래되는 ‘전속중개제도’를 이용하고 거래 전 과정에 대한 법적 리스크 검토와 컨설팅이 이뤄진다. 여러 명의 매수 의향자가 오퍼(매매 의향서)를 작성하고 희망가격, 대출서류 등을 제출해 매도인으로부터 심사받는 과정은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와 유사한 절차를 밟게 된다.매수인으로 선정된 후엔 1~2개월 동안 계약서를 무효화할 수 있는 예외조항(Contingency), 즉 구조나 안전과 같이 중대한 문제를 전문가가 조사한다. 한국의 아파트는 부실공사나 설계에 문제가 있더라도 최소 품질을 보장해 수도나 전기가 안 들어오는 경우는 없지만 미국 주택은 이런 문제를 발견하기 위해 분야별 전문업체를 고용해 각각 수백만원의 검사비를 낸다.
미국 보스턴 교포 B씨는 “싱크대와 가구 등 기본적인 인테리어뿐 아니라 수도·전기 인프라까지 전문업체를 고용해 설치하거나 수리해야 하고 이 과정에 중개인이 대부분의 업무를 맡아서 진행해줄 뿐 아니라 법적 분쟁이 발생하는 상황까지 책임을 지기 때문에 한국의 부동산 중개수수료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email protected]
김광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사무총장은 지난 8월 17일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주최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온라인(유뷰브) 토론회에서 “11만 개업 중개사 가운데 55%가 간이과세자(연매출 8000만원 미만 개인사업자)”라며 “소득으로 보면 연 1500만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인 가족 최저 생계비가 월 290만원, 연 35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공인중개사들은 살 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국토부가 올 2월부터 진행한 TF(태스크포스) 회의와 토론회 결과를 토대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을 8월 20일 확정·발표하자 중개사 단체의 항의와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중개보수 인하 요구는 과거 오래전부터 케케묵은 논쟁거리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비용 증가를 주장하는 주택거래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 중개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이 53.0%였다.
이번 개선안은 거래 건수·비중이 급증한 매매가격 6억원 이상, 임대차가격 3억원 이상 중개보수에 대해 상한 요율을 인하하는 게 골자다. 정부는 빠르면 올 10월 이 같은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적용할 계획이다.
1건 거래에 수천만원… "연 5억 버는 중개사도 있다"
매매계약은 2억원 미만 구간에서 현행 보수 상한 요율을 유지하되 6억~9억원은 0.5%에서 0.4%로 낮춘다. 9억원 이상 거래는 일률적으로 0.9%였던 상한 요율을 ▲9억~12억원 0.5% ▲12억~15억원 0.6% ▲15억원 이상 0.7% 등으로 세분화한다. 전체적으로 상한 요율이 낮아지지만 평균 집값이 오른 점을 고려해 고가주택 기준을 높게 설정했다. 임대차계약은 1억원 미만 구간만 현행 상한 요율을 유지하고 3억~6억원의 경우 0.4%에서 0.3%로 낮춘다. 6억원 이상부터 0.8%인 상한 요율을 ▲6억~12억원 0.4% ▲12억~15억원 0.5% ▲15억원 이상 0.6% 등으로 차등 적용한다.서울의 한 부동산법인 대표 A씨는 “서울의 경우 이미 평균 아파트값이 9억원을 넘은 지 오래된 관계로 최고 보수율을 적용하는 주택 기준이 9억원에서 더 올라가더라도 중개사 소득을 보전하는 상쇄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거래에서 중개보수 상한 요율이 현행대로 유지되는 6억원 미만 비중은 전체의 85.8%를 차지했다. 9억원 미만 거래까지 확대하면 94.7%에 달한다.
A씨는 협회가 주장하는 공인중개사 소득 문제에 대해 “지역차가 크고 아파트, 원·투룸 등 주로 주택만 중개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상가, 빌딩, 토지 등도 다루는 사무소가 있어 평균을 내기가 어렵다”며 “서울 강남·마포·노원 등은 거래가 늘고 가격도 상승해 연 매출 4억~5억원 가량 되는 중개업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지 내 1층 상가에 사무소가 있는 경우 임대료가 비싸 연 1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도 순이익 3억~4억원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택 거래가 없을 땐 매출 자체가 임대료도 내지 못할 정도여서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현재와 같이 아파트값이 급등한데다 거래마저 늘어난 시기엔 표정관리하며 실제 소득을 숨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다만 모든 공인중개사가 고소득을 올리는 건 아니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공인중개사 개업은 9302건으로 폐업은 5822건, 휴업은 421건으로 각각 집계됐다. 개업 못지 않게 문을 닫는 중개업소도 적잖은 것이다. 이처럼 연간 폐업 사무소가 1만개를 넘는 상황에서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 8월 13일 접수 마감한 32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40만8492명이 몰려 1983년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많은 인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인기는 고가아파트를 1년에 4~5건만 중개해도 대기업 연봉에 견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구를 예로 들면 최근 3개월 평균 실거래가는 15억4000만원으로 현행 최고 요율(0.9%)을 적용할 경우 매도인·매수인이 각각 최대 1386만원의 수수료를 낸다. 양쪽 모두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면 1건의 거래로 중개사가 챙기는 보수가 2772만원에 달한다. 분기당 이 같은 거래를 한 건씩만 성사시켜도 연간 1억원이 훌쩍 넘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주택거래자 “수수료 내려도 비싸다”
정부의 이 같은 중개수수료 인하 조치에도 주택거래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최근 신혼집을 매매 계약했다는 B씨는 “중개수수료 상한 요율은 말 그대로 ‘상한’이어서 중개업소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지만 실제론 잘 받아주지 않는다”며 “낮아진 수수료가 적용되는 10월로 계약을 미뤄야 했나라는 후회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 6월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 7월 기준 10억2500만원을 기록했다. 개선안은 서울 10억원 아파트를 거래할 때 중개보수가 기존 9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반값 가까이 줄어든다.
직장인 C씨는 “500만원이란 돈이 보통 회사원 월급보다 많은 금액이기도 하지만 단지 가격의 문제를 넘어 최근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많은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감안할 때 집만 보여주는 값이 그 정도 한다는 데는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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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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