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1/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온다예 기자 = 지적장애인이 자신의 명의를 타인에게 빌려줬다가 내려진 과세처분이 무효라며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A씨(40)가 대한민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여주시를 상대로 "납세의무가 없음을 확인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등 국세 약 3억9800만원, 등록면허세와 지방소득세 등 지방세 약 1394만원에 대한 채무가 없다고 보고 A씨의 청구를 인용했다.

A씨는 자신의 이름 말고는 한글을 읽고 쓸 수 없는 3급 지적장애인으로 누나의 도움을 받고 생활하다 2014년 실종돼 수년 뒤 발견됐다.


그러나 누나는 A씨 실종 기간 B씨가 A씨 명의로 주유소 사업자등록을 하고 대출신청을 하는 등 채무를 발생시켰음을 인지하고 B씨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2013년 대출 브로커를 통해 A씨를 소개받은 B씨는 이듬해 A씨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1600만원 상당을 결제하고 다섯 차례에 걸쳐 대출 2570만원을 신청한 혐의(준사기죄)로 기소돼 2018년 징역 1년이 확정됐다.


B씨는 2014년 3월 경기 여주시에 A씨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주유소를 운영을 시작했다가 그해 12월 폐업신고를 했는데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등록면허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과세 당국은 주유소 명의 주인인 A씨에게 2014년 제2기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와 함께 주유소를 과세 물건으로 한 등록면허세와 지방소득세를 부과했다.


재판부는 "주유소의 실제 운영자가 아닌 사람에게 세금을 부과했다"며 과세당국의 처분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A씨)는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준 명의 대여자에 불과하고 실제 운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며 "지적 장애 정도를 볼 때 사업자 등록의 법률적·경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사업자 명의를 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자신의 이름 외에 한글을 읽고 쓸 수 없기 때문에 과세관청이 처분 전 간단한 사실 확인만 했더라도 원고가 주유소를 실제 경영한 사람이 아님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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