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뉴스1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부사관 후보생이 동기들 단체채팅방에서 지도관을 '도라이'라고 칭한 것을 상관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모욕적인 표현은 맞지만, 사회상규에 위반될 정도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상관모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2019년 부사관후보생 교육을 받던 A씨는 동기 70여명이 함께 사용하는 메신저 단체채팅방에서 교육생들을 감독하는 지도관 B씨에 대해 "도라이, 습기가 그렇게 많은데"라는 글을 게시했다가 상관모욕죄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B씨는 A씨를 포함한 교육생 11명에게 일주일간 목욕탕 청소를 지시하고, 이 기간에 양말을 신은 채로 목욕탕에 들어가 양말이 젖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목욕탕 청소상태를 검사한 다음, 물기제거 상태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과실점수를 부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과실점수 누적으로 외출·외박이 제한되기도 했다.


앞서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A씨의 발언이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며 1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모욕죄의 형사처벌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므로, 어떠한 글이 모욕적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이나 의견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사회통념에 비춰 살펴봤을때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은 상관인 피해자를 경멸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장마철에 습기가 많은 목욕탕을 청소해야 하는 A씨의 입장에서 피해자의 청소상태 점검방식과 과실 지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이고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채팅방은 비공개채팅방으로 교육생들 사이 의사소통을 위한 목적으로 개설된 점, 당시 목욕탕 청소를 담당했던 다른 교육생들도 채팅방에서 A씨와 비슷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A씨의 이같은 표현은 단 1회에 그쳤고, 그 부분이 전체 대화 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은 점, 표현이 내포하는 모욕의 정도도 경미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A씨의 발언은 동기 교육생들끼리 고충을 토로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일부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게 된 것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군의 조직질서와 정당한 지휘체계가 문란하게 되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의 표현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심판단에는 위법성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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