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표' 이의제기, 정치적 급변 사태 포석?…이낙연, 민심변화에 승부수
이재명 '턱걸이 과반'에 '대장동 쇼크' 주목받아…이낙연측 "구속 가능성 높은 건 객관적 사실"
당 지도부, 정세균 중도사퇴 때 문제점 인식하고도 당규 수정 안한 잘못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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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경선 무효표에 대해 이의제기에 나선 배경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후보 사퇴 후 무효표가 논란이 됐을 당시 당헌·당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경선 중이라는 이유 때문에 문제를 덮고 간 것이 결국 지금의 사달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 전 대표 측이 경선 막판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예상 밖 대승을 거두면서 사상 초유의 '경선 불복'이라는 사태까지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측은 지난 11일 당에 사퇴 후보자의 득표수 무효표 처리를 재고해 달라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결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 전 대표 측이 정치적 생명을 결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가 원팀을 해치려 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하지만 무효표 논란은 이미 정 전 총리의 사퇴 때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단순히 앞서 무효표 논란이 제기됐다는 것이 아니라 지도부가 이 문제를 방치해 문제가 커졌다는 점이다.
앞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17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당규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규정 59조1항(후보자가 사퇴 시 무효표 처리)과 60조1항(선관위는 경선 투표에서 공표된 개표결과를 단순 합산해 유효투표수의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의 충돌 여부를 논의했다.
정 전 총리의 후보 사퇴로 유효 득표수에서 정 전 총리의 표가 무효표로 빠지면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51.4%에서 53.7%로 상승한 데 대해 이 전 대표 측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 지도부의 대처였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시 최고위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결선 투표가 생기면서 두 조항(59·60조)이 약간의 충돌 요소가 없지는 않다는 것을 (지도부가) 공유했다"며 "(조항의) 해석상 여지는 없지만 결선 투표를 도입한 점을 감안했을 때는 약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략적으로 동의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설사 개선한다고 해도 특별당규 개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며 "만일에 개정한다고 해도 소급적용은 안 할 것"이라고 했다.
결국 경선 중 당규 개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문제를 덮고 간 것이 무효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효표 논란을 촉발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3차 국민선거인단(국민·일반당원) 투표 결과도 무효표 논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 이 전 대표는 62.37%라는 이번 경선 최고 득표율로 28.3%의 이재명 후보를 압도했다. 국민선거인단 투표는 당원·대의원 등 이른바 당심이 반영된 지역 경선과 달리 일반 국민들이 직접 투표에 나서 민심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이재명 후보는 가까스로 과반(50.29%) 득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정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중도사퇴 무효표에 따른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 변화가 1%p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재명 후보가 최종 51%만 넘겼더라도 애초 이런 무효표 논란은 힘을 얻기 어려웠다.
이에 이 전 대표 측은 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민심이 바뀌었다며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에 의미를 뒀다. 선거 막판 표심에 변화가 나타났으니 섣불리 후보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결선투표에서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축하인사를 건넨 마당에 선거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전 대표 측에서 무효표 논란에 이의제기를 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 측에서는 "소송으로 가거나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당규) 절차에 문제가 있으니 결선투표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결선투표를 한다고 우리가 이긴다는 보장이 있겠는가, 정당한 절차를 밟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무효표 처리 논란'과 '대장동 민심 변화'를 함께 거론하는 이 전 대표 측이 향후 있을 수 있는 '후보 교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당장 당 선관위의 발표를 뒤집고 결선투표를 관철하지는 못하더라도 앞으로 대장동 사태의 전개에 따라 정치적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은 당초의 후보 확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기록으로 강하게 남겨두는 것이 후보 교체 움직임에 정당성을 좀 더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이 전 대표 캠프의 좌장격인 설훈 의원은 이날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의 구속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다'는 발언을 정정할 생각을 묻는 말에 "정정하고 싶지 않다"며 "그런 상황이 안 오기를 바라는데 그런 상황이 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져 있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신뢰할 수 있는 제보자" 최소 3명을 만나 "대장동과 관련된, 또 정신병원 감금 문제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경선에서 이겼다는 것으로 만족하면 무슨 소용인가. 본선에서 이겨야 할 거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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