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봉 전 국무총리/뉴스1 자료사진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김유승 기자 = '노태우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노재봉 전 총리는 30일 "이따금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로 시작하는 서울올림픽 주제가를 부르시던 각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며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노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국가장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은 6·29선언을 영글어온 시민사회 출현을 확인하고, 동서를 막론한 전방위 외교관계 수립으로 UN 가입 계기를 마련하셨다"고 말했다.


노 전 총리는 "노태우 대통령 각하, 어쩌시자고 저를 이 자리에서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하십니까"라며 "벅차오르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어 내렸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건립된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점에 대해 "서울올림픽을 허락하지 않으려던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실을 내 무덤으로 만들어달라던 절규에 기어이 올림픽이 열렸다"며 생전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을 회상했다.


노 전 총리는 고인의 업적 중 하나인 '6·29 선언'에 대해 "세간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한 일대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각하의 생각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저는 알고 있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이념,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성공, 전두환 대통령의 흑자경제 성과에 이어진 한국사회 변화를 확인하는 선언이었다"고 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신년사에서 "정치인에 대한 풍자의 자유를 적극 허용한다"고 발표한 이후 '물태우' 별명을 얻은 것에 대해 "각하는 시민사회의 출현과 그에 따른 시민들의 능동적 관심이 싹트는 것이라고 판단하셨다"며 "각하께서 '군(軍) 출신 대통령은 내가 마지막이야'라고도 하셨다"고 말했다.


노 전 총리는 고인이 이루지 못한 'KTX 평화의 길 사업'에 아쉬움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향해 '종북 민족주의'라며 작심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각하의 계획은 KTX를 서울을 기점으로 남쪽으로는 일본과 연결하고, 북으로는 북한을 관통하고 유라시아를 관통해 유럽으로 연결시키는 것이었다"며 "해양으로 길을 튼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전통을 계승해 대륙 진출을 보완해 자유민주주의 평화의 길을 구상한 것이다. 이것이 각하의 평화이념이었다"고 했다.


노 전 총리는 "아쉽게도 우리는 핵으로 위협받는 북에 대해 적(敵) 개념조차 지워버린 실존적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며 "시대착오적인 종북 민족주의에 사로잡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각하가 역사적 판단을 내리셨던 시민사회 존재도 이제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 전 총리는 "통치의 도덕성은 절제에 있다는 것을 각하의 통치행위에서 절실히 깨닫는다"는 말을 끝으로 추도사를 마친 뒤 노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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