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형병원 9곳 노동조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병상 부족 사태가 벌어진 공공병원 확대와 의료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11일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하루 전날인 10일부터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이 무기한 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코로나19 병상과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의료 현장에서 상당한 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1일 의료공공성 확충·병원 인력 충원·간호인력인권법 제정·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을 선포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파업에는 서울대병원분회, 경북대병원분회, 강원대병원분회, 대구가톨릭대학교의료원분회 등 6개 병원 노조와 울산대병원민들레분회 등 3개 비정규직·돌봄노동자 노조가 참여할 예정이다. 9개 노조의 조합원 수는 7600명 수준이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10일 오전 10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대한의원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선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구가톨릭의료원도 같은 날 파업에 들어간다. 11일부터는 경북대병원·강원대병원·동국대병원·포항의료원 등 9개 사업장 내 7600명 조합원 가운데 응급실과 분만실, 중환자실 등 필수 업무 인력을 제외한 인원이 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의료연대는 지난 9월 보건의료노조가 복지부와 노정합의를 도출했지만 의료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9월 '코로나19 병상 간호사 배치기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10월부터 코로나19 환자 상태를 중증·준중증·중등증으로 나눠 가동병상(환자)당 간호사 수를 적용해 시범 운영 중이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장은 "이번 파업의 핵심 중 하나는 보라매병원의 인력부족 문제"라며 "20년 전에 만들어진 '간호관리료 차등제'(간호사를 더 많이 배치할수록 병원에 수가를 더 보존해주는 방식)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인력 배치 수준을 올려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1인당 7명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의료연대 관계자는 "그 때 합의했던 내용이 지켜지고 있는 게 별로 없다"며 "정부는 코로나19 병상 인력 기준을 마련했지만 어떤 병원에서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공병원 충원 필요성을 공감한다고 했지만 내년 예산에는 아무것도 배정되지 않았다. (정부의 조치는) 지금 의료현장의 현실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에서 위탁운영하는 보라매병원은 중증도가 3차 병원 수준이지만 인력은 2차 병원 기준이라 시립병원 중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연대본부는 "보라매병원 측은 '정부로부터 지침이 내려오면 감염병간호인력 기준을 만들어보겠다' '재정지원 없이는 못한다'며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며 "가이드라인과 격차를 메우려면 274명의 간호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의료인력 확충 방안으로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행 의료법(시행규칙 38조)상 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은 입원환자 2.5명 당 간호사 1명이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을 이행하게 만들 법적 강제력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총파업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의료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 주요 병원이 참여하고 강원대·경북대병원 등 지방 주요 거점 대학병원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보건당국은 의료연대본부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의료공백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날도 (노조 측과) 면담을 했고 9일에도 만나서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또 "(총파업을 하더라도) 의료연대본부 소속이 아닌 대부분 병원들은 정상 운영되고, 파업을 예고한 병원 내에서도 필수 업무 인력은 정상근무를 해 병원별 자체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라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