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이가 한 의원보좌관의 갑질로 일을 그만뒀다는 글을 올렸다. 사진은 2012년 국회의사당 정면. /사진=뉴스1
국회의원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이가 보좌관의 '갑질'로 일을 그만뒀다며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30일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PC 사용했다는 이유로 행정 비서에게 갑질한 여자 보좌관'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페이지는 국회의 사무처 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정당 사무처 관계자 등 대한민국 국회에서 일하는 이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곳이다.


글쓴이는 지난 25일 모 의원실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한 여성 보좌관 A씨의 갑질 횡포로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글에 자신이 인권센터에 제보한 A씨의 갑질 내용을 올렸다.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처음 인사를 나눈) 회의실에서 국회 업무는 모른다면서도 '의원 뜻이 내 뜻이고 내 뜻이 의원 뜻이라는 것만 알면 돼'라며 의원과 친분을 과시했다. 글쓴이는 "나이가 많다고 해도 초면부터 '너, 너' 거리며 반말을 하는 것부터 좀 불쾌하긴 했지만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지라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상냥하고 겸손한 자세로 임했다"고 적었다.


A씨는 글쓴이에게 임시로 자리를 배정해주고 의원과 관련된 자료집을 읽고 있으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오전엔 A씨가 지시한 대로 내내 책을 읽으면서 어색하고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며 "점심 식사 이후에 보좌관에게 임용 서류 등록하고 본청 가는 길에 둔치에 주차해둔 차량도 국회로 가지고 오겠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A씨가 시킨 업무를 다 처리하고 돌아오는 데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부터는 A씨 지시로 회의 준비 등 소소한 업무를 시작하게 됐고 시스템에 적응도 할 겸 PC를 켰다"고 말했다.


문제는 글쓴이가 업무에 필요한 서류를 출력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발생했다. 서류는 출력 오류 탓인지 나오지 않았다. A씨는 복사기 앞에서 출력하려 했던 서류를 기다리는 글쓴이에게 화를 냈다. 본인이 지시한 자료집 읽기를 하지 않고 PC를 켰다는 이유였다.

글쓴이는 "이해가 안 됐지만 제가 첫날부터 실수했나 싶어 탄식이 나오더라"며 "그리고 책상 위에 그전에 출력했던(의원 이름과 인장이 누락된) 신청서가 보이기에 필요가 없으니 조용히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료집을 보고 있는데 잠시 뒤 보좌관이 또 화를 내면서 나를 불렀다"고 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A씨는 쓰레기통에서 글쓴이가 찢은 종이를 꺼내라고 했다. A씨는 글쓴이가 서류를 뽑았음에도 뽑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글쓴이는 찢은 서류가 방금 뽑은 게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A씨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는 "의원이 부른다는 얘길 듣고서야 의원 방에 들어갔고 의원과 소파에 앉아서 대화를 시작하려는데 보좌관이 결국 자기 화를 이기지 못하고 제가 쓰레기통에서 꺼내놓은 찢어진 종이 쪼가리를 들고 오더니 내게 뿌리고 나가버렸다"며 "의원이 잠깐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더니 보좌관을 따라 방을 나갔다"고 전했다.

이후 자리로 돌아온 의원은 글쓴이에게 "A씨와 상황을 잘 풀어보라"고 말했다. 결국 글쓴이는 대화를 하려 했지만 A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대화의 자리가 열렸지만 글쓴이와 A씨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는 "차분히 전부 다 설명하겠다고 하는데도 내 말을 듣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며 "하루 만에 감당하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결국 그날 밤 퇴근하고 한참을 차 안에서 고민하다 인격모독을 감수하면서까지 해당 의원실에서 함께 일하긴 힘들 것 같다고 퇴직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이렇게 부당한 일을 겪고도 가만히 있다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저와 같은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올 것 같아 반드시 마땅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해당 보좌관에 대한 징계를 요청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