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남은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사면'이라는 정치적 파고를 넘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수사' 상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윤 후보는 당초 '선(先)집권·후(後)사면'이라는 절차를 밟아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전격 사면을 단행하면서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과잉수사 책임론'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추후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모르지만, 그에 따라 윤 후보를 향한 국민의힘의 결속력이 느슨해지거나 강경 보수층이 따로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결정이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윤 후보가 '우리 박 전 대통령'이라고 칭한 것은 이례적이다. 박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는 여러 인터뷰를 해왔지만,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우리'라는 단어를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책임자로서 앙금을 풀겠다는 제스처인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당연히 할 수밖에 없던 언급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원조 '친박'(親박근혜)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 "윤 후보도 결자해지 차원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복권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명예 회복까지도 힘쓸 입장"이라며 사실상 윤 후보를 옹호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집권하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의 예우 등을 책임질 것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지지층 결속을 다지려 한 셈이다.

당장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결정한 것은 야권 분열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 후보가 검찰 재직 당시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특검수사에서 팀장으로 참여했던 만큼 사면을 계기로 보수층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도 윤 후보를 향해 "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사과하라"는 목소리가 잇따른 바 있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사면 축하 집회에 참가한 우리공화당 당원의 휴대전화에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부착돼 있다. 2021.12.2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국민의힘의 한 전직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은 윤 후보에게는 플러스(+) 요인보다는 마이너스(-)가 많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5%포인트(p) 미만 각축이 벌어지고 있는데 단 1%도 아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야권의 눈은 박 전 대통령의 입에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당분간 신병 치료에 전념한 뒤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마냥 침묵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야권은 박 전 대통령이 '정권교체 반대' 메시지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입'이 윤 후보의 정치행보를 좌우할 수 있는 구도가 됐다고 보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정권교체 당위성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면 윤 후보에게는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은 곧 윤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향해 지지 또는 적폐수사에 대한 용서의 메시지를 보낸다면 오히려 윤 후보는 기존 보수층의 결집을 더 확실히 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국면과 윤 후보에게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지지층 대부분이 결집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균열을 일으키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 끼칠 영향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별 영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도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야겠다고 변하는 지지층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윤 후보가 과잉수사 비판에 전격적으로 사과를 한다면 또 다른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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