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해복특위 조합원들이 공공부문 장기해고사업장 원직복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조합원들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청와대까지행진을 하고 1월1일 0시부터 1인시위 및 릴레이 108배와 해맞이 기자회견을 한다. 2021.12.3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이제는 진짜 살고 싶다"

2021년의 마지막날인 지난 12월31일 오후 김계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은 또 길바닥에 앉았다. 영하 10도에 가까운 온도에 빌딩을 사이로 계속해 바람이 불었다. 깔판을 깔고 앉아도 바닥에서 한기가 계속 올라왔다.


김 지부장은 지난 2020년 5월 해고된 이후 거리에서 복직 투쟁을 해왔다. 벌써 두번째 맞이하는 겨울이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회사는 부당해고 판단을 받아 들였음에도 복직을 거부했고 김 지부장은 600여일째 '해고자'로 남아 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 해고자복직특별위원회는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장기 해고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원래 계획은 집회 이후 청와대로 행진한 이후 밤샘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사를 방문하면서 계획이 변경됐다.


집회에는 케이오 뿐만 아니라 이스타항공, 해성운수, 신도여객, 키스트 등 부당해고 문제가 불거졌던 회사의 해고 노동자들 20여명이 참여했다. 짧게는 수년부터 길게는 20여년째 복직 운동을 하고 있는 해고자도 있었다. 이들은 이 후보와의 면담을 주장하며 오후 2시30분쯤부터 민주당 당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당 측은 '당직자를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해 주면 후보에게 전달해 주겠다'는 입장을 표했지만 해고자들은 이 후보가 직접 요구사항을 전달받으러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해고자들은 "지금까지 수년간 민주당 의원들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라며 후보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싶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 해고자들은 지난 3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서 24일간 단식농성을 벌였고 민주당 측으로부터 "부당한 해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로 노력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해고자들은 민주당이 이런 약속 이후에도 장기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 또한 박 후보 캠프에서 농성할 당시 민주당이 내놓았던 약속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이 해고자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노동자가 무슨 잘못이 있기에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도 거리에서 농성을 하고 있나"라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행정소송에서도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단을 받았음에도 복직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해고자복직특별위원회 소속의 해고 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이날 해고자들은 3시간을 기다린 끝에 결국 이 후보를 만났다. 오후 5시30분쯤 다음 일정을 위해 당사를 나선 이 후보는 해고자 대표 2인과 5분여 동안 만나 면담을 가졌다. 해고자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정리한 문서도 이 후보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해고자 대표로 이 후보와 면담한 김 지부장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는 "우리는 '현장에서 돌아가서 일하고 싶다. 해고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면서도 "이 후보가 '관심을 가지겠다'는 답을 주기는 했지만 명확한 답은 아니었다"며 실망감을 표현했다.

결국 이 후보를 만났지만 이날 해고자들의 농성은 끝나지 않았다. 해고자들은 여의도 민주당사를 출발해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행진한 뒤 밤샘 농성과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고자들은 청와대 앞에서 복직을 기원하는 108배를 올리며 2022년 새해 첫날을 맞이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새해도 길거리에서 맞게 된 김 지부장은 "복직이 되는 순간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내년에는 진짜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지부장이 근무했던 주식회사 케이오는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이 악화됐다는 이유를 들며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 희망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8명의 노동자가 해고 통지를 받았다. 해고자 8명 중 6명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싸움에 나섰고 노동위원회와 행정소송 1심에서 부당해고 판단을 끌어냈다.

하지만 케이오 측은 해고자를 복직시키라는 노동위원회 판단 이후에도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에서는 대형로펌을 고용해 대응에 나섰다.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고용노동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케이오 측은 '복직 이행 후 당일 퇴사해야 한다'는 전제를 단 복직안을 내밀었다. 당연히 해고자들은 반발했고 회사는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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