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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김태환 기자 = 손에 잡힐 듯 하던 일상회복의 희망이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주의 출몰로 다시 멀어졌다. 오미크론 변이주가 빠르게 확산하며 이미 전 세계를 잠식한 델타 변이주를 밀어내고 우세종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를 시행한지 약 한달 반만에 방역 강도를 다시 높였다. 12월 18일부터 2022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4명까지, 식당·카페 등의 영업도 밤 9시까지 제한하는 등 위드 코로나 이전의 방역체계로 회귀했다. 그 뒤 이 방역체계는 1월 3일부터 16일까지 2주간 다시 연장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위드 코로나 방역체계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1단계(시설운영 제한 완화, 사적모임 확대), 12월 중순 2단계(대규모 행사 허용), 올해 1월 3단계(사적모임 제한 완전 해제) 순으로 점점 완화될 예정이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1만명으로 치닫는 상황이 오더라도 높은 접종률을 무기로 위드 코로나 체계만큼은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확진자는 늘더라도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등 치명률은 낮아질 것이란 정부 예측은 빗나가고 말았다. 위드코로나 이전 300명대였던 위중증 환자는 1000명대로 급증했고, 하루 10명 안팎이던 사망자 수도 100명대를 기록하는 날이 부쩍 늘었다.
방역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배경에는 우선 백신의 면역효과가 예상보다 짧아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감염자가 속출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2월 국내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고령층과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입소자 등이 돌파감염에 노출되면서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동반 상승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 한달여 사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은 백신을 맞지 않은 미접종자 또는 1차 접종만 하고 2차 접종을 하지 않은 미완료자들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소아청소년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접종 연령을 12세로 낮췄지만 부작용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접종률은 여전히 높지 않다.
여기에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은 방역당국의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오미크론의 위력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아직 진행 중이다. 현재 우세종인 델타 변이에 비해 전파력이나 백신 회피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델타 변이가 국내 상륙하면서 시작된 4차 대유행이 6개월째 진행 중이다. 델타의 위세도 버거운 상황에서 오미크론의 출현은 악재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코로나19 펜데믹의 양상이 새로운 변이주와의 싸움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이미 백신을 출시한 해외 제약사들은 짧은 기간 내 기존 백신 개발 플랫폼으로 새로운 변이 대응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결국 사후 대응인 만큼, 인류와 바이러스는 언제나 ‘창과 방패’일 수 밖에 없다는 한계점을 드러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물론, 전세계인의 접종률을 동시다발적으로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오미크론, 델타보다 전파력 빨라…치명력은 미지수
국내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한 새 변이주 오미크론은 지난해 11월 11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접한 보츠와나에서 최초 발견됐다. 같은 달 24일 남아공 의료진은 WHO에 이를 보고했는데, 이틀 후 WHO가 이를 '우려변이'(VOC)로 지정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국내 유입은 세계 첫 보고 이후 약 3주 만에 이뤄졌다. 기존 우세종인 델타 변이주가 해외서 첫 발생한 지 약 6개월 뒤 국내서 확인됐던 것과 비교하면, 오미크론의 빠른 확산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국내 첫 오미크론 확진자는 인천 지역 한 교회의 목사 부부다. 이들의 자녀와 귀국 후 차량 이동을 도운 지인 등도 오미크론 판정을 받았다. 해당 목사는 앞서 아내와 함께 나이지리아에서 열린 기독교 관련 학술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2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다음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뒤 바이러스의 변이종류가 오미크론임이 확인됐다. 하지만 목사 부부는 지인인 우즈베키스탄 국적 38세 남성이 귀국 후 차량 이동을 도운 사실을 최초 방역당국에 알리지 않아 지역사회에 오미크론 불씨를 던진 꼴이 됐다. 작년 12월1일 이들 목사 부부 등 5명이 국내 첫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로 확인된 이후 한달만인 12월31일 오미크론 감염자는 894명에 달했다. 한달 새 무려 178배 급증한 것이다. 올해 1월 3일(0시 기준) 오미크론 감염자는 누적 1207명으로 더 폭증했다.
다만 현재까지 오미크론 감염자 대부분이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다는 대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생존할수록 인체 감염 시 독성이 점점 감소하는 것으로 본다. 그래야 바이러스 입장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어서다. 차라리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는 게 인류에게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오미크론이 ‘크리마스 선물’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해외 연구자도 나왔다.
물론 오미크론의 특성은 더 지켜봐야 한다. 바이러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특성상 다시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변이주가 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세계 각 보건당국의 눈은 결국 ‘변이 특성’에 쏠리고 있다.
◇변이 무기 'mRNA 백신 개발 플랫폼'
다행히 바이러스의 무한 변신에 대한 대응책은 마련돼 있다는 시각이다. ‘mRNA 백신 개발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mRNA 백신을 개발해온 화이자와 모더나는 오미크론 백신 개발 가능성을 내비쳤다.
mRNA 플랫폼은 마치 활자 인쇄를 위한 ‘틀’과 같다. 이 틀을 조금만 변형하면 새로운 활자를 계속 찍어낼 수 있는 것처럼 이 플랫폼은 새로운 변이주에 대한 백신을 계속 만들 수 있다.
국내서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 중인 아이진의 조양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단백질 합성 백신은 변이 대응을 위해 새로 만들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한데, mRNA 기반의 백신은 미생물을 통해 DNA만 만들면 약 1주일 뒤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며 "기존에 개발한 틀에서 DNA 염기서열을 새로운 변이의 것으로 어렵지 않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RNA 백신 개발은 DNA 제작에서부터 시작된다. 기존 백신의 플라스미드 DNA 염기서열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유전자 중 필요한 염기서열로 바꿔야하는데 1~2달이면 가능하다. 그 뒤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검증하고 기본적인 효능 검사를 하는 시간은 필요한데 길지 않다. 이 플라스미드 DNA가 자신의 염기서열에 맞는 mRNA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한 뒤, 이를 적당한 전달체에 넣은 게 바로 mRNA 백신의 성분이 된다. 이를 체내 주입하면 예방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백신은 사람 대상의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기존 mRNA 백신과 차이는 염기서열밖에 없기 때문에 임상절차는 상당히 단축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계절독감 백신도 해마다 사용하는 백신이 달라지는데 그때마다 일일이 임상을 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조양제 CTO는 "mRNA 백신 개발 자체는 길어봐야 3~4개월 정도이고 새 변이주의 확산 속도가 빠를수록 허가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며 "결국 mRNA 백신은 팬데믹 속에서 변이 상황을 바로 따라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백신이 아닌 치료제는 약물이 직접 바이러스를 사멸해야 하는 만큼, 기술적으로 백신보다 개발 기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게 조 CTO의 설명이다.
◇화이자·모더나 "오미크론 백신 개발 시동"…치료제는 기존 효과 유지 기대
오미크론의 전세계 확산 우려가 나오자마자 화이자와 모더나 등 유수의 기업들이 새 백신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오미크론에 대한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 유무 파악이 급선무다.
아직까지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지 않다. 다만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가 다소 경감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포 감염의 전달경로인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돌기 부분에서 2배 이상 다수의 변이가 발생해 돌파감염 우려가 크다.
우그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CEO는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봤을 때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백신 효과가 일부 떨어질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추가접종(부스터샷) 등 3회 접종을 한 경우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중증(호흡곤란 등)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엔테크는 화이자와 함께 현재 사용 중인 코로나19 백신(코미나티주)을 공동 개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기존 백신의 최소 예방효과는 보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접종보다 감염예방 가능성은 여전히 갖고 있어 지속적인 접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화이자는 자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오미크론은 백신 1~2차 접종자의 항체력을 크게 감소시키지만, 3차 접종(부스터샷)시 중화항체가 기본 접종완료 때보다 25배 증가한다고 지난해 12월 8일 밝혔다.
모더나 백신에 대해서도 부스터샷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2월 15일(현지시간)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연구소 소장은 “오미크론에 대한 모더나 백신 2회 접종은 중화항체 효력이 상당히 낮지만, 3차 접종 후엔 중화항체가 상승한다”고 말했다.
단, 이들 기업은 앞서 오미크론 변이에 맞춰 백신을 개발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바이오엔테크는 오미크론 변이 백신을 6주내로 개발할 수 있으며, 100일내로 초기 생산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모더나도 90일 이내로 임상물질 생산이 가능하다고 봤다.
치료제는 기존 제품이 효과를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그나마 새판 짜기에 대한 부담감을 줄인다.
알베르트 부를라 화이자 CEO는 “우리 치료제 관련 좋은 소식은 대부분의 변이가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는 점”이라며 “오미크론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높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지난해 12월 22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12월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임상결과 치료효과는 88%로 확인됐다. 정부는 델타 변이주에 대한 약효를 확인한 가운데, 작용기전을 고려할때 오미크론 변이주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치료 대상은 고위험 경증·중등증 12세 이상이며 올 1월중 처방이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식약처는 함께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해온 MSD의 먹는 약 '라게브리오(성분 몰누피라비드)'에 대해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아예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새로운 조합의 항체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기존 항체약 '렉키로나'와 변이 바이러스 대응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확인된 후보항체 'CT-P63' 물질을 더한 칵테일 흡입제가 그것이다.
흡입형 제제는 기존 주사형인 렉키로나와 달리 병원에서 맞지 않아도 집에서 간편히 투약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공동 개발사인 미국 바이오기업 ‘인할론 바이오파마(Inhalon Biopharma)’의 특허 실시권을 바탕으로 렉키로나 단일성분 흡입제도 개발 중인 가운데, 곧 임상1상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영원한 창과 방패…변이 근본적 억제하려면 세계 접종률 동시 높여야
이러한 기술적 대책은 있지만, 결국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는 만큼 늘 뒷북 대처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변이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계속해서 기존 백신으로 중증 발생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전 세계 접종률을 고르게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0월 3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2022년 중반 세계 접종률 70% 달성에 합의했다. 70% 수치는 이론상 집단면역이 가능한 비율이다. 사실상 하나로 연결된 세계가 팬데믹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동시에 높은 접종률을 이뤄야 한다는 시각이다.
우리나라 전국민의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 완료률은 이미 12월 1일 기준 80%를 돌파했다. 전 세계 평균 백신 접종 완료율은 42.62% 수준으로 국가별 편차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미크론 첫 출몰지역 인근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신 접종율은 23.76%(WHO 보고 기준)에 불과하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접종률이 낮은 국가에서 변이주 발생 확률이 높아지고, 다시 다른 국가로 퍼지는 구조가 된다. 특히 기존 백신과 치료제를 무력화한다면 더 큰 팬데믹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세계가 비슷하게 접종률이 올라가야 변이 감염 확진자가 많이 안 나올 수 있다”며 “부스터샷을 거론하고 있지만 저개발 국가의 경우 1회 접종도 안 된 사람들이 있어 변이 대응에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백신 예방효과는 상당히 많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중증 환자 예방 차원에서는 접종이 효과가 있는 만큼 백신을 접종한 지 3개월 이상의 항체가 급속히 떨어지는 중증 위험군은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백신의 효과 감소 데이터가 아직 안 나왔기 때문에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기존 백신으로라도 예방 정책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의 예방효과만 보장된다고 해도 전체 인구의 편익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 분명히 낫다”며 “개인적으로 전 인구를 대상으로 한 3회 접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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