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무차별 통신조회 논란' 사건 쥔 헌재…결정 달라질까
2012년 전기통신사업법 헌법소원 '각하'…"대상 아냐"
2016년 제기된 헌법소원 6년째 심리중…결과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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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조회 논란의 불씨가 쉽게 꺼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광범위한 통신조회를 실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권을 중심으로 '민간인 사찰'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김진욱 공수처장은 국회에 출석해 직접 "적법한 수단이며 사찰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 통신조회와 관련된 헌법소원이 연이어 제기되는 등 논란은 계속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과거 통신조회의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대해 "헌법소원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청구를 각하했던 헌재가 이번에는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형사소송법학회, 변호사 등 법조인 연이어 헌법소원 제기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형사소송법학회(회장 정웅석)는 지난 28일 헌재에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관행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 대리인 김정철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취득하는 성명과 주민번호 등 통신자료는 명백히 개인정보보호법이 보호하는 개인정보"라며 "국민의 권익보호와 적법절차 원리를 확립하기 위해 공수처 등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행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공수처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과 제4항의 법령 위헌도 함께 주장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행위도 지적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도 검찰과 경찰로부터 통신조회를 당했다며 지난 26일 헌법소원을 냈다.
◇과거 같은 조항 헌법소원 '각하'…헌재 "공권력 행사 아냐"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전기통신사업자가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해당 조항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을 각하한 바 있다.
A씨는 MBC와 SBS뉴스 시청자게시판에 천안함과 관련된 게시물을 게시했다가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자 경찰이 자신의 정보를 취득한 행위와 그 근거가 된 전기통신사업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그러나 헌재는 2012년 8월 정보 취득행위에 대해 "해당 조항은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에 관한 통신자료를 수사기관의 요청에 응해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지 어떠한 의무도 부과하고 있지 않다"며 "전기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 요청에 응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으므로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은 임의수사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또 법률 조항 자체에 대해서도 "법률 조항에 따른 통신자료 제공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기본권제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지, 이 사건 법률조항 만으로는 이용자의 기본권이 직접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며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같은 다수 의견에 대해 당시 김종대·송두환·이정미 재판관은 "청구인의 통신자료를 보관하는 전기통신사업자가 피청구인(수사기관)의 요청을 거절할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고 청구인이 통신자료의 제공을 저지하기 위해 그 과정에 개입할 수도 없다"며 "이 사건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피청구인이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행한 수사행위로서 권력적 사실행위에 해당하므로 위헌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헌재, 통신자료 취득 위헌여부 6년째 심리 중…이번엔 다를까
헌재는 이후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과 관련해 다시 한번 제기된 헌법소원을 6년째 심리중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등은 2016년 5월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무단수집 행위는 위헌이며 그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도 위헌"이라면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 사건을 2016년 6월 심판에 회부하고 평의를 진행하는 등 집중 심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헌재가 이 사건에서 2012년과 다른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같은 조항은 아니지만 헌재가 수사기관의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요청과 이른바 '기지국 수사'에 대해 제동을 건 적이 있기 때문이다.
헌재는 2018년 송경동 시인 등이 한진중공업 파업 희망버스와 관련해 실시간 위치추적을 받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수사기관은 과거 통신비밀보호법에 근거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실시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을 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제공받은 사실 등을 사후통지했다. 당시 통신비밀보호법은 수사기관이 제공받을 수 있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를 포함시켰다.
헌재는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라며 "해당 조항이은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을 허용함으로써 정보 주체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또 "수사기관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고 정보주체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과 관련해 정보주체에게 적절한 고지와 실질적인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정보 주체에 위치정보 추적 사실을 통지할 의무 규정이 없고 수사 이후 개인 자료가 파기됐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등에 대해서는 "통지 조항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도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이 결정을 들어 헌재가 정보주체의 기본권과 수사기관의 권한남용 방지에 무게를 둘 경우에는 전기통신망법에 대한 헌법소원의 결론도 과거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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