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원 장편 '인생 마치 비트코인' 옴니버스 단편집 '무드 오브 퓨처', 이수안 장편 '시커의 영역'© 뉴스1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2월 두번째 주에는 안전가옥의 옴니버스 소설집 '무드 오브 퓨처'와 핍진한 도시생활자의 삶을 다룬 장편소설 '인생 마치 비트코인' 그리고 여성의 주체적 삶을 환상적으로 다룬 이수안의 첫 장편소설 '시커의 영역'이 눈에 띈다.

염기원은 여성 작가들이 맹활약하는 문단에서 그만의 역동적인 남성적 서사를 이어나가며 성공한 '서울 사람'이 되고 싶었던 한 청년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옴니버스 소설집 '무드 오브 퓨처'에 참여한 다섯 작가들은 각자의 개성을 잘 표현했지만 완성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마지막 '시커의 영역'을 쓴 이수안 작가는 첫 장편소설답게 내공을 쏟아낸 흔적을 문장의 행간에 남겼다.


◇ 인생 마치 비트코인/ 염기원 지음/ 은행나무/ 1만4000원

IT업계 컨설턴트 염기원이 펴낸 장편소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IT업계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다가 전업작가를 결심했고 2014년 등단했다. 전작 '구디 얀다르크'에서 구로디지털단지의 청춘군상을 표현한 바 있다.


'인생 마치 비트코인'의 주인공은 사무실이자 주거 공간인 6평짜리 방에서 낮에는 입주민 관리를 하고, 밤에는 주식과 코인을 하고, 가끔은 중고 벤츠를 몰고 다니며 동호회에 나가는 삶에 나름의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가 고독사한 403호 여성의 일기장 2권을 우연히 접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가 날카롭고 뾰족한 세상을 견디기 위해 택한 방법은, 그보다 더 날카롭고 뾰족한 사람이 되는 것. 하지만 인생은 마치 코인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등락을 거듭해 마음과 다르게 튀어나와버리는 말과 행동으로 같은 후회를 반복한다. 물론 소통과 화해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잔뜩 벼려진 마음으로 그 기회를 매번 놓쳐버리고 만다."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 밤이 되지도 않았는데, 서쪽 하늘에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보였다. 별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은 희한한 느낌이 들었다. 한동안 그 별만 바라봤다." "비싼 차라고 손 세차를 고집하는 건 촌스러운 짓이다. 자랑할 게 차밖에 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느긋하게 누워 차를 향해 쏟아지는 세찬 물줄기를 구경했다."

◇ 무드 오브 퓨처/ 윤이나, 이윤정, 한송희, 김효인, 오정연 지음/ 안전가옥/ 1만3000원


영화, 연극, TV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작가 다섯 명이 참여한 옴니버스 소설집. 이들이 로맨스와 가까운 미래를 열쇳말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했다.

김효인의 소설 '오류의 섬에서 만나요'는 전직 축구선수 서이가 현실에서 입은 상처를 가상현실 속 '오류의 섬'에서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축구로 실패했음을 알았을 때 서이는 딱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 평생을 바치기로 한 자신의 쓰임새를 잃어버린 사람, 다른 용도로 새로 쓰기에는 어쩐지 찝찝하고 겸연쩍은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한송희의 단편 '사랑도 회복이 되나요?'는 비연애주의자 영화감독 소혜가 기분영양제 비타무드의 후유증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담아내는 과정을 그렸다.

"그럼 누굴 좋아해 보신 적도 한 번도 없어요? 이런 질문을 처음 들은 것도 아닌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비연애를 선언한 여자들이 살면서 무수히 듣는 말이었다. 없다고 단언하며 물리칠 때도 있었고 그런 게 왜 궁금하시냐고 반문할 때도 있었다."

◇ 시커의 영역/ 이수안 지음/ 자음과모음/ 1만3800원

이수안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 이 작가는 2019년 김유정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해 지난해 자음과모음 경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신작은 타로점집을 운영하는 마녀가 무언가를 갈망하며 타로점을 보러 오는 손님 '시커'(Seeker)들과의 소동을 담았다.

"마녀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 될 수 있어. 마녀의 삶을 살겠다고 선택하면 되는 일이야. 다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려면 신중해야 해."

"78장의 카드가 뽑힐 확률이 모두 동일하지만 반드시 똑같은 확률로 선택되는 것은 아니었다. 무작위성이야말로 타로 카드 점술의 핵심이었다. 똑같은 카드를 뽑았다고 해석이 같은 것도 아니었다. 시커의 질문과 상황에 따라, 혹은 성향이나 마음가짐에 따라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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