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후보들이 원전 관련 공약을 내놓았다. 사진은 지난 11일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부터). /사진=임한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 속도 붙은 EU 원전 드라이브… ‘K-택소노미’ 수정될까
(2) 커지는 전기요금 인상 압박… 해법은 원전?
(3) ‘EU 택소노미’에 원전업계 기회 될까… 눈여겨 볼 기업 어디?
(4) 탈원전 존속이냐 폐기냐… 공은 차기 정부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차기 정부에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주요 대선 후보들은 감원전을 주장하거나 탈원전 정책 완전 폐지를 공약하는 등 현 정부와는 상반된 의견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원전 건설 및 폐기 공약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정하고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李·沈 “원전 발전 줄일 것” vs 尹·安 “탈원전 전면 백지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원전 수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감원전’ 정책을 내세운다. 이미 가동 중이거나 지어진 원전은 사용 기간 내에서 그대로 이용하고 신규 원전은 추가하지 않는 것이 골자다. 이 후보는 원전 위험성은 여전히 있으나 에너지 수급을 위해 무조건적 폐쇄는 옳지 않다고 본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지된 경북 울진 신한울 원전 3·4호기에 대해서는 국민 의사와 객관적 검증을 거쳐 공사 재개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초청 토론회에서 “한국에는 원전 숫자가 많고 밀집도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원자력 위험성 문제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한국의 에너지 수급 현황을 생각하면 원자력을 무조건 없애자고 할 수는 없다”며 “이미 있는 원전은 사용하고 가능할 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탈원전 정책을 완전히 폐지하고 원전 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원전 기술을 이용해 관련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28%(지난해 전력거래량 기준) 수준인 원력 발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공사를 재개할 방침이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해 “과학기술 영역에 정치를 끌어들인 것”이라며 “정치적 판단으로 졸속 추진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이어 “재생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해 에너지 수급이 불안해지고 세계 최고 수준이던 원전 생태계가 타격받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원전 백지화, 원전 최강국 건설”이라는 글을 게재했고 같은 날 탈원전을 백지화하고 탈석탄을 앞당기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원전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지난달 24일 한국석유공사 울산석유비축기지에서 “탄소 중립을 이루기 위해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를 섞어야 한다”며 “원전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경제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해 “큰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산업 육성 의지를 드러냈다. 신한울 3·4호기에 대해서는 “공사를 즉시 재개할 것”이라고도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탈원전을 주장한다. 원전은 재생에너지 100%에 도달하기 위한 다리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본다. 심 후보는 지난 10일 과학기술 정책토론회에서 “재앙을 일으키고 처치 불가능한 폐기물을 남기는 핵발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RE 100(기업의 사용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캠페인)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원전이 필요하지만 탈탄소 대체에너지로서의 원전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단순 건설·폐기 넘어 논의 확장돼야… 핵폐기물 처리 방안 등도 고려 필요



전문가들은 원전 정책 설정에 있어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지난 11일 20대 대선 7대 탈핵정책제안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2022탈핵대선연대 회원. /사진=뉴스1
주요 대선 후보들이 원전 건설 및 폐기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정하고 더 늦기 전에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방안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은 여당·야당 관계없이 단타성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영국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에너지 정책을 세운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며 “탈원전으로 생긴 문제점들을 학습한 후 국민 의견을 모아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원전 부지 내에 핵폐기물을 저장하는데 2032년이 되면 포화상태가 된다”며 “이와 관련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1994년 인천 굴업도, 2004년 전북 무안에 핵폐기물 처리 시설을 세우려다 무산됐다”며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야 폐기물 문제가 나오지 않을 텐데 이와 관련 논의는 전무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