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이 본 '기상청 사람들'…"너무 똑같죠, 그건 달라요"
"과학적 근거 없는 예보·보고 없이 특보 발령은 불가능"
잦은 이동·주말근무 공감…비밀연애하다 결혼한 부부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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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이비슬 기자 = "회의하러 갈 때마다 국가기상센터 철문에 쿵하고 머리를 박거나, 실수로 켜놓은 마이크에서 한숨 소리가 새어나오는 등 저희가 예보하고 토의하는 모습, 책상에 놓인 다이어리까지 실제 현장과 거의 똑같이 표현한 것 같아요."
JTBC 토일 드라마 '기상청 사람들-사내연애 잔혹사'에 대한 기상청 사람들의 평가다.
이 드라마는 기상청 총괄 2과의 진하경 총괄예보관(박민영)과 이시우 특보 담당(송강), 한기준 기상청 대변인실 통보관(윤박)과 채유진 기상전문기자(유라)가 얽히고설키며 일과 연애를 하는 내용을 그렸다.
엄동한 총괄 2과 선임예보관(이성욱)과 신석호 동네예보 담당(문태유), 오영주 통보 및 레이더 분석 주무관(윤사봉), 김수진 초단기 예보(채서은) 등으로 구성된 총괄 2과가 매일 아침 날씨와 관련된 회의를 열고 수도권, 지방과 특이사항을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담겼다.
그렇다면 현직 기상청 예보관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봤을까. 전반적인 평가는 '현장감을 잘 살렸다'로 요약된다. 작가가 실제 3년 전부터 기상청 총괄예보관실 2팀에 잠입취재해 쓴 덕분이다.
드라마 속 한기준의 모델이 된 김성묵 기상청 예보국 재해기상대응팀 팀장, 한상은 기상전문관, 박정민 기상청 대변인실 통보관을 만나봤다.
세 사람은 "단열선도(고층 기상 관측 자료를 모아 그려놓은 기상 분석도)나 AWS(자동기상관측장비) 등 우리가 매일 쓰는 전문용어들이 나오고, 근무 환경을 거의 똑같이 구현하는 등 저희 이야기를 잘 담아서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극중 진하경은 10년 사귄 남자친구에게 파혼을 당한 상황에서도 예보 회의를 진행한다. 현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다. 김성묵 팀장은 자녀가 아픈 상황에서도 회사에 가야 해 입원실로 바로 퇴근했다며 씁쓸해했다.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일 하느라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한상은 전문관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였다.
기상청은 근무지 이동이 잦고 현업에 근무할 경우 주말이나 공휴일 상관없이 근무해야 한다.
이들은 Δ과로로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직원 Δ자주 떨어져 지내야 하는 환경 탓에 만날 때마다 어색해하는 자녀 Δ예보 토의 때 치열하게 논쟁하는 장면 Δ풍랑경보를 해제해달라는 어민들과 인명피해를 우려해 이들을 설득하는 예보관들 Δ예보가 나간 후 마음 속으로 맞길 기원하는 장면 Δ통보문이 나간 뒤 박수치는 모습 등을 현실에도 존재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가장 실제와 비슷한 드라마 속 인물은 고봉찬 서울 본청 예보국장(권해효)과 엄동한 선임예보관이다. 날카로운 듯 후배를 챙기고 북돋아주는 모습이나 이미지와 얼굴까지도 현실과 정말 비슷하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진하경과 이시우처럼 실제 사내연애를 한 사람은 없을까. 물론 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2~3년 간 입사 동기와 사내 비밀연애를 하다 2005년 결혼했다. 올해로 결혼 18년차다.
"저는 2002년 입사하자마 백령도로 발령이 났고, 아내는 서울 본청에서 일했어요. 아내를 만나러 본청 주변에 갈 때면 보라매공원에 숨어있곤 했죠. 처음에는 손도 못 잡고 비밀연애를 하다가 우연히 사무실에서 통화하는 걸 직원이 듣게 돼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우 분석관은 "드라마 전체적인 구도가 '사내연애 잔혹사'이다 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나고 공감도 된다"며 "처음엔 각자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다가 나중에 사귀게 된 점이나 저는 9급, 아내는 8급으로 들어와 아내가 계급이 하나 높았던 것도 드라마와 비슷하다"고 추억했다. 진하경은 총괄예보관, 이시우는 특보 담당으로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다.
반면 이시우가 감을 내세우며 진하경에게 "수도권에 호우주의보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신석호가 이시우의 설득에 보고 없이 호우주의보를 내리는 일 등은 비현실적인 장면으로 꼽혔다.
이들은 "토의할 때 계급장 떼고 반대의견을 많이 내긴 한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 없이 감으로 이야기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김성묵 팀장은 "특보를 상관에 보고 없이 내는 것도 있을 수 없을 일"이라며 "특보란 일종의 규칙이고 그에 따라 모든 공적 체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에 한 사람의 의견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늦어도 2~3시간 뒤에 엄청난 비가 올 것"이라는 이시우의 대사에 대해서도 "실제라면 몇㎜ 이상의 비가 올 확률이 80% 이상이라는 식으로 정량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짚었다.
이들은 가족과 한데 모여 드라마를 본다고 했다. 박정민 통보관은 "제 딸이 '20년 간 제가 기상청에서 일하는 걸 봐도 실감이 잘 안났는데 드라마를 보면서 아빠가 저런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말해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다만 "드라마가 어려워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좀 더 쉽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한상은 전문관은 "우리가 일하는 환경과 똑같이 구현하고 어려운 용어를 잘 표현하는 등 세세한 부분이 잘 살아있어 정말 재밌게 봤다"고 했다. 김성묵 팀장도 "저희에겐 일상이지만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신선했다"며 "인정받으려고 일한 적은 없지만 드라마 속 사고예방 현장을 보니 보람도 느껴지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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