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결별 이후 12년 만에 같은 호남 기반 기업인 중흥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게 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1) 임원 절반 물갈이 됐지만… 연봉 톱3 ‘노사 합의’ 파격적 행보(2) 아버지 꿈을 향한 정원주의 발걸음 “다 왔다”

(3) 12년 만에 만난 새 주인… 잊고 싶은 ‘금호와의 악몽’ 떨칠까

업계 5위 대우건설과 중견 건설업체 중흥그룹의 인수·합병(M&A)이 진통 끝에 마무리됐지만 과거 대우건설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악연도 회자되고 있다. 2006년 6월 대우건설 지분 72%를 6조6000억원에 인수해 재계 11위에서 8위로 도약한 금호아시아나는 정확히 3년 만인 2009년 6월 경영권을 포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경기가 나빠진 데다 자본금에 버금가는 인수자금을 대부분 차입했던 금호산업이 과도한 부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지역 주택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통합해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등 수익성 높은 사업을 확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흥은 대우건설의 주택사업을 통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해외사업도 매각하지 않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독립경영 체제로 성공모델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흥-금호 어떻게 다를까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에 대한 기업실사 후 인수단 운영 과정에 일부 인수 조건을 놓고 노조 측과 충돌도 했지만 이 같은 독립경영 시나리오가 예상됐던 부분이란 시각도 있다. 아쉬운 점은 주택사업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중흥그룹은 호남을 필두로 국내 주택사업, 특히 시행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주요 계열사인 중흥토건은 시공능력평가 15위, 중흥건설은 35위다. 정 회장 역시 이를 의식한 듯 해외사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인수계약 체결 직후 “뛰어난 기술력과 해외건설 경험을 보유한 대우건설의 인수는 저의 평생의 꿈을 이루는 ‘제2의 창업’과도 같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인수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대조되는 지점도 있다. 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 중흥그룹을 무차입경영으로 일군 점을 강조했다.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2020년 부채비율은 각각 56.24%(연결기준), 29.66%. 중흥토건의 경우 대우건설(247.62%)의 4분의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대우건설의 ‘아픈 역사’로 기록된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 인수자금(6조6000억원) 가운데 2조9000억원을 대출과 회사채 등 외부 차입으로 조달했다. 금호아시아나의 모기업이던 금호산업과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2005~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각각 1조4000억원, 5200억원을 부채로 조달했다. 해당 기간 동안 두 회사가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은 770억원, 1000억원에 불과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당시 대우건설의 독립경영을 약속했지만 최고경영자(CEO)는 인수 측인 신훈 당시 금호아시아나 건설부문 부회장을 앉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건설경기 침체로 자금난이 현실화되자 금호아시아나는 인수 3년 만인 2009년 경영권 포기 계획을 밝혔고 2010년 대우건설 재매각을 완료했다.


중흥그룹 역시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단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일부 차입했다. 중흥은 연내 유입될 예정인 영업현금흐름으로 이를 상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흥그룹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8000억원 규모이고 경기 평택시 브레인시티, 충남 서산 예천2지구 도시개발사업의 개발수익금이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중흥이 브릿지론으로 조달한 자금은 인수대금(2조1000억원)의 약 절반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투자자(SI)로서 대우건설을 운영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말레이시아 IB타워 /사진=이미지투데이

주택경기 하락, 팬데믹 완화

대우건설이 사명과 독립경영을 지속할 경우 그룹 내 주력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건설업계에는 비슷한 사례가 있다. 호남 건설업체 보성산업은 2003년 한양을 인수해 현재 지분 86.09%를 보유했지만 각자 건설업을 영위하며 한양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8조6852원의 매출과 함께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738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주택사업에 올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토목과 플랜트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대비 각각 4.3%, 20.1% 감소했고 해외 신규 수주액도 전년 대비 80.2% 급감한 1조1274억원에 머물렀다.

지난해 1~3분기 대우건설의 주택건축사업 비중은 56.7%→61.6%→65.6%로 계속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사업장의 공사 운영이 중단되는 등 외부 요인이 있었지만 같은 기간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등은 해외 수주 실적이 개선돼 대조된다.


건설업 특성상 주택경기가 하락하면 실적이 축소될 위험도 상존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주택경기가 좋다 보니 주택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통했지만 금리 인상 등으로 하강 국면에 들어서고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해외사업 등에서 수익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