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에 지난 4일 화재가 발생해 주택 11채가 소실되고 대모산 산까지 화재가 이어졌다. 2022.03.05./뉴스1 © News1 김정현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아유, 어젯밤엔 한숨도 못 잤죠. 혹시라도 대모산 쪽에서 불이 옮겨붙을까봐…"

전날(4일) 화재로 전소된 주택 옆에 거주하는 구룡마을 주민 최순자씨(72·여)는 지난 밤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어제 옆집이 불타면서 그 뒤쪽 산에 나무랑 낙엽까지 불이 붙었다"며 "우리 집 뒤쪽까지도 불이 번지는 바람에 집 뒤에 물을 뿌리면서 옮겨붙지 않게 하느라 밤을 새웠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전날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선 화재가 발생해 인근 대모산까지 불이 번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구룡마을 8지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7B지구를 거쳐 인근 대모산까지 옮겨붙었다. 약 5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된 이번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주택 11채가 탔고 대모산 1.5헥타르(㏊)도 소실됐다.

대모산의 화재 흔적. 강남구청 관계자들이 5일 오후에도 잔불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22.03.05./뉴스1 © News1 김정현

◇산불 흔적, 대모산 중턱까지…강남구청 공무원, 오늘 오후에도 잔불 점검

5일 오후 찾은 구룡마을 입구 쪽은 여전히 잔불 진화 작업을 하는 소방 관계자와 강남구청 공무원들로 분주했다.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산불은 불씨가 숨어있다가 다시 불이 커질 수 있으므로 잔불 점검을 한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들 역시 이날 아침부터 낙엽을 뒤집어 불씨를 찾기 위한 갈퀴와 화재 진압용 팩을 메고 대모산에 주기적으로 오르며 잔불을 확인하고 있었다.


강남구청 공무원들은 이날 밤까지 잔불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의 흔적은 구룡마을 초입에 있는 주택부터 대모산 중턱까지 이어져 있었다. 일부 나무들은 불에 타 꺾여 있기도 했다.

이날 대모산과 구룡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어제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었다. 한 등산객은 "여기만 산불이 몇 번째인지, 빨리 개발을 하든지 해야지"라고 말했다.

구룡마을 화재가 대모산 등산로까지 이어져있다. 2022.03.05./뉴스1 © News1 김정현

◇"신고 후 15분만에 소방차 도착…바람 심해 산까지 번져"

구룡마을에서 자신이 최초 신고자라고 자처한 70대 남성 A씨도 만났다.

A씨의 스마트폰에는 소방당국에서 보낸 신고자 위치 추적 문자가 전날 오후 5시15분쯤 도착해 있었다. 구룡마을 화재의 최초 신고 시간은 오후 5시14분이다.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A씨는 "어제 오후에 화재가 난 곳에서 한 100m 떨어진 슈퍼에 물건을 사러 갔다가 가게 주인이 '연기가 난다'고 해서 뒤를 돌아보니 까만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연기가 보인 곳은 골재를 놓는 산 건너편 쪽이었던 것 같은데, 바람이 심해 산 쪽에 있는 집까지 불씨가 옮겨붙은 모양이다"며 혀를 끌끌 찼다.

A씨에 "신고 후 약 15분쯤 뒤 소방차가 도착해 불을 끄기 시작했다"며 "인명피해가 없었다던데 그나마 전소된 주택들이 거의 공가(空家)라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음식물을 데우다 불이 난 것으로 파악 중이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총 11가구가 피해를 보고 이재민 11명이 발생했다. 8지구에선 피해를 본 5가구 중 4가구가 전소됐고, 1가구가 반소됐다. 주민들은 모두 자력으로 대피했으며, 현재 강남구청이 마련한 임시 거주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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