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 부친 폭행·살해 후 사고사 위장 전직 복싱선수
"넘어져서 사망" 주장…국민참여재판서 배심원단 모두 유죄
재판부 "죄질 나쁘고 피해자 고통 극심했을 것"…징역 10년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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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2021년 1월3일 밤, 아버지와 아들의 동거는 비극으로 끝났다. 아버지는 장기가 파열돼 사망했고 아들은 부친 살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아들 A씨(22)는 6년간 샌드백을 쳐왔던 전직 복싱 선수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복싱 선수로 활동하며 다수의 대회에서 여러 차례 1위로 입상,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런 A씨의 인생은 성인이 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2019년 원치 않았던 대학 체육부에 입학했다. A씨는 노래주점에서 서빙을 하거나 자재 운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대학 1년을 마치기 전에 미등록 제적됐다.
대학 진학 후 독립했던 A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다시 본가로 돌아왔다. 부친인 B씨가 알코올 중독과 뇌병변 등 편마비를 앓고 있었지만 돌볼 사람이 없어서다. A씨의 형은 2020년 5월 사기죄로 구속됐고, B씨와 이혼 후에도 함께 살던 어머니는 그해 8월 집을 뛰쳐나갔다.
2020년 9월부터 부친을 홀로 돌보게 된 A씨는 약 4개월간 B씨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고 컵라면 등 간편음식만 줬다. B씨의 병원 진료는 전혀 없었고 심지어 단 한 차례도 씻지 못했다.
그러던 2021년 1월. A씨는 112에 전화를 걸었다. 112에 "아버지가 숨졌다"고 신고했고 경찰 조사에선 "아버지가 넘어져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증거는 A씨를 부친을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했다. 부검 결과 B씨는 허파, 간, 신장 등 장기가 파열됐고 얼굴과 머리, 가슴 등에 멍이 들고 골절되는 등 심한 손상이 있었다. 법의학자 3명은 B씨가 집 계단에서의 낙상이나 추락보다는 폭행 등 가해행위로 손상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주거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니 B씨 사망 추정 시각에는 A씨만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B씨 가슴에 발생한 지 오래된 멍이 다수 있었고 인근 주민들은 두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A씨가 B씨에 대한 불만을 품어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됐다.
결국 A씨는 구속기소 됐고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참여재판까지 열고 항변했는데 9명의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유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도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국가나 사회가 법을 통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최상위 가치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특히 직계존속 살해는 용납할 수 없는 반인륜적·반사회적 범죄"라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친아버지인 피해자에 대한 불만을 품고 폭행,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겪었을 고통이 매우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초범인 점,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범행한 점, 다른 친족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를 돌보기 위해 동거를 시작한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현재 A씨와 검찰 모두 항소해 2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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