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접경 지역인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검문소 인근 피란민 대피소에서 피란민들이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음식을 먹기 위해 줄 서 있다. 2022.3.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코르초바(폴란드)=뉴스1) 원태성 기자 = 3월의 하늘에 하얀 눈이 내렸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적게는 몇시간 많게는 5~6일에 거쳐 전쟁을 피해 힘겹게 우크라이나를 탈출해 이 곳에 온 피란민들의 지친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졌다. 마치 눈내리는 하늘에 햇빛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듯이 말이다.


장시간에 걸쳐 이 곳에 도착한 피란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억만리 떨어진 국가의 고위급 관리가 친히 방문했다. 그러나 피란민들은 그의 방문으로 조금의 위로도 받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악수를 청하는 그에게 마지못해 내미는 손과 달리 그들의 얼굴에는 사라진 미소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얼굴에 미소가 잠시나마 스치듯 지나갈때는 전세계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온 사람들이 마련한 따뜻한 음식을 건내받았을 때였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탑승한 차량 행렬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접경 지역인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 2022.3.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지역인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 인근 대형 쇼핑몰에 마련된 피란민 임시 대피소에 5일(현지시간) 오후 3시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무장관이 방문했다.

그들이 방문할 당시 쇼핑몰 앞 주차장에는 국경에서 피란민들을 태우고 온 버스 십여대가 제멋대로 늘어서 있었다.

40인승 버스를 가득 채운 피란민들은 수백명을 수용하는 대피소 안을 가득 채웠다. 질서 정연하게 일렬로 늘어서 있는 메트리스에서 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 할 때 폴란드 국기를 왼쪽 팔에 단 군인은 이를 제지했다.


그는 "피란민들이 편히 쉴 수 있게 사진 촬영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랜시간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이 곳에 도착한 피란민들을 걱정하는 마음에 기자는 카메라를 조용히 내려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인 코레초바 국경 검문소 인근 피란민 임시 대피소에 방문해 피란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잠시 후 블링컨 장관이 탄 차와 이를 경호하는 검정차 10여대가 이 곳에 도착했다. 거리 통제는 더욱 엄격해졌고 블링컨 장관과 라우 장관, 그리고 수십명의 수행원들은 피란민들이 쉬고 있는 대피소에 들어갔다.

취재가 통제된 상황에서 출입 기자들은 블링컨 장관은 대피소 안을 둘러보며 피란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피란민들은 자신들이 전쟁이 시작되고 이 곳까지 걸어서 오는동안의 힘든 여정을 블링컨 장관에게 이야기 했다고 출입 기자들은 전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제공한 사진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피란민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아 보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 곳에서 15분 내외를 머물다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했다.

블링컨 장관이 떠난 뒤 피란민들의 얼굴에서 잠시나마 미소를 볼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 봉사자들의 온정이 전해지는 따뜻한 음식을 받았을 때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접경 지역인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 인근 피란민 대피소에서 폴란드 자원봉사자들이 피란민을 위해 피자를 만들고 있다. 2022.3.6/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쇼핑센터 앞 주차된 5개의 트럭에서는 네덜란드, 폴란스, 스웨덴 등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봉사자들이 피란민들을 위해 피자와 감자튀김 등의 음식을 나눠줬다.

입양한 네명의 자녀들과 함께 집채만한 짐을 힘겹게 끌며 버스에서 내린 나탈리아 카디그로브(48)는 키이우(키예프) 남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 키로보흐라드에서 전쟁을 피해 이곳까지 온 과정을 짧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독일에 사는 오빠의 집으로 갈 예정이라는 그는 "러시아 군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폭격한 것을 목격했고 너무 두려웠다"며 몸을 떨었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어두운 표정으로 대피소 안으로 들어가던 카디그로브는 음식을 받아가라는 안내에 피자 트럭 앞에 아이들과 줄을 섰다. 트럭에서는 3명의 폴란드 사람들이 웃으며 직접 만든 피자를 그에게 건냈다.

피자를 건내받은 그는 "고맙다"고 화답했다. 동시에 그의 얼굴에는 잠시나마 미소가 번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폴란드 코레초바 국경 검문소 인근 피란민 임시 대피소를 방문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블링컨 장관의 대피소 방문은 피란민들에 대한 추가 지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그는 피란민들을 만난뒤 이들을 위해 27억5000만달러(약 3조3000억원)를 추가적으로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지원금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온 난민과 난민을 수용한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4일 기준 우크라의 누적 난민은 120만명을 넘어섰고 그 중 폴란드에만 82만7600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인도주의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피란민들 얼굴에 잠깐 스치듯 지나간 미소에서 보듯이 지금 당장 그들에게는 말뿐인 약속보다는 자원봉사자들의 따뜻한 피자 한판이 더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접경 지역인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검문소 인근 피란민 대피소에 수많은 피란민들이 모여 쉬고 있다.© 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