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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 나호선 지음/ 여문책/ 1만5500원
1992년생으로 삼수 끝에 대학에 들어간 뒤 대학원 공부를 하느라 7년 동안 대학에서 머물다 뒤늦게 군복무를 마친 저자 나호선이 90년대 말의 어린 시절부터 2022년 초 현재까지 직간접적으로 겪은 개인사를 풀어냈다.
"이 시대 청춘의 사랑은 불황기의 구직과 닮았다. 불황기에 구직자와 실업자 사이의 삶의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듯이 말이다. 사랑이 산업이라면 원치 않는 실업과 마찬가지로 원치 않게 사랑을 단념당한 삶은 산업재해다. 벽이 높아질수록 성공한 소수의 용기는 과대평가되고, 실패한 다수의 무기력은 과소평가된다. 우리 시대 청춘들이 앓고 있는 ‘낭만실조’는 개인의 실패로 국한하기엔 이미 많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게 다 돈이었다. 구애라는 행위는 필연적으로 ‘최상의 준비’를 요구하는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졌다. 관계의 시작은 무료일지 모르나 관계의 유지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었다. 학식만 먹고 데이트하기는 어려웠다. 자판기 커피로 사랑할 수 없었다. 캠퍼스만 돌기에는 공간이 너무 좁았다. 분위기는 돈을 내고 사는 거였다. 한국의 연애 시장과 연애 문화가 고비용이라고 느꼈다."(23쪽)
"청년에게 주어진 기회가 점차 메말라가고, 그만큼 경쟁의 강도가 극렬해져 이제는 경쟁이 없었던 곳에서까지 경쟁하게 되었다. 복무 기간이 줄고 여건이 제법 개선되었어도 그 이상으로 입대의 기회비용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분노와 불만은 대개 군대에 가지 않은 자들, 그리고 여성에게로 향했다. 미필자에게 가혹한 분위기를 만들어 박탈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는 사적 제재의 현장들을 목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익숙한 이야기다."(110쪽)
◇ 식탁 위의 고백들/ 이혜미 지음/ 창비/ 1만4000원
이혜미 시인의 첫번째 에세이집. 총 28개장으로 짜여진 책은 전채, 메인 디시, 디저트가 어우러져 다 읽고 나면 풍성한 만찬을 즐긴 듯한 느낌이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정취를 녹여낸 다양한 요리들로 일년 사계절을 꼼꼼하게 담아내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슬픔에 빠져 주위가 암담할 때 당근을 생각한다. 자신이 화려한 색을 지닌 것도 모른 채 땅속에 잠겨 있는 형광빛의 근채류 식물. 어쩌면 우리가 보는 세계가 이토록 캄캄한 것은 마음 주위를 자전하는 빛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휘황과 광채는 도리어 주위의 캄캄함을 일깨우기에. 그렇게 생각하면 우주로부터 지구로 파견 나온 스파이가 된 것 같다."(주홍 단검을 들고 어둠을 헤치며 부분)
"라자냐는 지층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 과학시간에 만났던 빨강과 검정, 노랑과 파랑, 초록과 보라가 차곡차곡 포개져 있던 고무찰흙과도 같은. 그처럼 화려한 색깔들이 검고 칙칙한 이 흙 밑에 존재할 수 있는지를. 어긋난 단층을 만들기 위해 색색의 반죽을 칼로 자르면 나타나던 아름답고 기이한 무늬. 그것을 지구의 단면이라 배웠다."(라자냐의 갈피 부분)
◇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황서미 지음/ 따비/ 1만7000원
'만두 엄마'라 불리는 저자가 서울과 각지 만둣집 35곳을 소개한 책. 저자는 가장 한국적인 만두의 풍경으로 하얗게 김이 오르는 커다란 찜통에서 바로 만두를 꺼내 주는 시장통 만둣집을 꼽았다.
"그릇까지 신경 쓰는 집, 그 정성을 좋아한다. 대접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 또한 좋아진다. 예쁘고 정갈한 그릇은 ‘담는’ 기능 외에 한 상 차려놓았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기능으로 그 가치를 드러낸다."(부암동 자하손만두 중)
"드디어 만두가 나왔다. 만두의 참맛을 보려면 군만두도, 물만두도 아닌 찐만두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물이나 고명 같은 조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제맛을 내는 만두의 정통성은 바로 찐만두에 있다는 게 내 소신이다."(구리 아천동 묘향만두 중)
"나는 시장통 만둣집에서 찜통 위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이 한국 만두를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하는데, 딱 이 집에서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속초 조양동 이정숙왕손만두찐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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