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오찬 회동 무산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오찬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권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오찬 회동 무산을 놓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오찬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여권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다. 특히 이 전 대통령의 사면과 함께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이 함께 언급되는 것을 지적하며 민주당 내에선 사면이 퇴임 직전 대통령의 '정치적 딜'이 돼선 안된다는 강경한 주장이 대두됐다.

이날 강민정·양이원영·이수진(비례)·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이 아닌 민생회복이 우선"이라며 "전직 대통령이 중범죄로 수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되는 상황을 관행처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직접 수사를 하고 기소했음에도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윤 당선인 본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후 직접 책임있게 하기 바란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처음 만난 자리의 핵심 의제는 사면이 아니라 민생 회복과 사회개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상대 당 당선자가 현직 대통령에게 이런 부분을 건의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의 회동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는 당연하게 언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사면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문 대통령이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 전 대통령과 함께 김경수 전 지사 사면이 함께 언급되면서부터다.

지난 15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함께 김 전 지사도 사면할 것"이라며 "김 전 지사가 누구를 위해서 선거법 위반을 했느냐.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한 것 아니냐. 대통령으로선 김 전 지사를 그냥 놔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들은 민주당은 즉각 권 의원의 발언을 반박했다. 이들은 사면을 정치적 거래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반대했다.

이날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면은 정치적 거래의 수단이 아니다"며 "국민의힘은 정치적 야합을 제안한 것에 대해 즉각 사과해야 하고 만약 민주당 내부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는 자가 있다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경수 전 지사와 같이하는 것은 아직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지금 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있는데 전직 대통령이 교도소에 장기간 수감돼 있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클 것"이라며 "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 대통령이 여러 가지 얽히고설켜 있는 걸 풀어내는 노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이 전 대통령 사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지사 사면 문제는 친문(친문재인)계·친이명박계·야당에도 굉장히 복잡한 고차방정식 아니겠느냐"며 "이 문제를 거론한 것 자체가 미묘한 역학 관계를 초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