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드러난 액수만 2600억 이상…'한탕주의'에 계속되는 횡령사건
오스템임플·계양전기·강동구청·클리오·LGU+ 까지
횡령 범죄, 양형 기준도 낮고 환수 어려운 것도 문제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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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이러면 안되는데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도 했어요. 실형받아도 돈만 잘 숨겨놓으면…"
최근 중견기업, 대기업, 공직사회를 가리지 않고 거액의 횡령 사건이 빈번해지며, 직업윤리 훼손과 한탕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뉴스1이 만난 시민들은 잇따른 거액의 횡령 사건이 한탕주의를 더욱더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에는 통신사 LG유플러스와 화장품업체 클리오에서 직원들이 각각 수십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확인됐다.
LG유플러스에서는 스마트홈 부문에서 IPTV·인터넷 등의 다회선 영업을 담당한 팀장급 직원 A씨가 수수료를 가로챘다. 정확한 피해금액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수십억원대로 추산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서울 용산경찰서에 해당 직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A씨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상태로 알려졌다.
같은 날 화장품 업체 클리오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회사 영업직원 1인의 횡령사건이 발생했다"며 "회사는 해당 직원에 대해 인사위원회 조사를 거쳐 해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클리오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클리오 측에서 수사의뢰한 금액은 22억원이며, 정확한 피해규모를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도 오스템 임플란트에서 자금관리 부서 팀장으로 재직하던 이모씨(45)가 2215억원을 빼돌려 개인 투자에 사용했다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같은 달 서울 강동구청 7급 공무원 김모씨(47)도 115억원 상당의 시설건립 자금을 횡령해 주식·암호화폐 외상거래(미수거래)에 투자했다가 적발돼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또 6년간 회삿돈 246억원을 횡령해 지난달 구속된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 김모씨(35)도 암호화폐 선물투자·해외도박 등에 대부분의 횡령금을 탕진하고, 부동산 구입에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 드러난 횡령 액수만 2600억원 이상이다. 이처럼 대규모 횡령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사회적 박탈감을 일으키고 한탕주의도 조장하는 분위기다.
공무원 신모씨(41)는 "잡힌 사람들이 주식이랑 코인(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걸 보면 요즘 만연한 한탕주의와 관계된 행동으로 보인다"며 "저 사람들이 만약 투자에 성공해 돈을 돌려놨으면 안 걸렸을 수도 있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통신계열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씨(35·여)도 "농담이긴 하지만, 최근 횡령 이야기들을 보고 영업 직군에 있는 친구들과 '꺼리없냐, 우리도 한 번 털어볼까?'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며 "기업이고 공공기관이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 IT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정모씨(31·여)는 "뼈빠지게 일해서 회사가 성장해도 직원들 처우에는 제대로 반영이 안되니 근로의욕은 떨어지는데, 극단적인 사람은 저런 범죄로 마음이 기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이렇게 생각하면 안되지만 횡령죄로 실형 살아도 잘 숨겨놨으면 못 찾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횡령 범죄는 환수도 쉽지 않고, 형량 역시 파장과 심각성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횡령·배임죄의 양형기준은 Δ300억원 이상 5~8년(가중 7~11년) Δ50억~300억원 미만 4~7년(가중 5~8년) Δ5억~50억원 미만 2~5년(가중 3~6년) Δ1억~5억원 미만 1~3년(가중 2~5년) Δ1억원 미만 4~16개월(가중 10~30개월)에 불과하다.
반면 증권범죄 중 시세조종·부정거래의 양형기준은 300억원 이상은 7~11년(가중 9~15년)이다. 또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재·알선수재의 경우 5억원 이상만 돼도 9~12년(가중 11년~무기징역)으로 훨씬 엄격하다.
횡령범죄의 범죄피해액 환수율도 낮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발생한 횡령범죄 피해액 2조7376억원 중 회수된 금액은 1312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0.05%에 불과했다. 양형과 처벌 수준을 지금보다 더욱더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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