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3시간 가까이 회동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사진은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지난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날 오후 5시59분에 만난 두 사람은 저녁 8시50분까지 총 2시간51분 동안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중 최장 시간 대화를 나눴다.

양 측 회동은 역대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 회동 가운데 가장 늦게 이뤄졌지만 총 2시간51분으로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역대 최장 회동은 지난 2007년 12월28일 이뤄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인 간의 회동이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인은 당시 오후 6시부터 8시10분까지 청와대 백악실에서 130여 분 동안 만찬 회동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비서실장으로 회동에 동석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5차례 이뤄진 역대 대통령-당선인 간 회동은 주로 청와대 백악실 또는 청와대 관저에서 이루어졌다. 상춘재(常春齋)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 "매화꽃이 폈다"…윤 당선인 "정말 아름답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3시간 가까이 회동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지난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는 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시스(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58분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 3층에서 1층까지 내려와 윤 당선인 측 일행을 직접 맞이했다. 문 대통령이 회동 장소인 상춘재가 아닌 여민1관에서 직접 윤 당선인을 맞이한 것은 극진한 예우의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도 차량에서 내리면서 문 대통령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문 대통령도 엷은 미소로 악수를 청한 뒤 두 손을 맞잡았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까지 함께 걷는 동안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 경내를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녹지원을 가리키며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면서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춘재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 꽃이 폈습니다"고 설명하자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아마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했고, 윤 당선인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윤 당선인은 상춘재 왼쪽에 핀 꽃나무를 가리키며 "저건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산수유에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 이르러서는 "청와대는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 건물이다.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양 측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한 가운데 만찬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에 의미를 담아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봄나물비빔밥과 탕평채가 올랐다. 또 주꾸미·새조개·전복 등 계절 해산물 냉채와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 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더덕구이 등도 제공됐다. 밑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가, 후식으로는 과일과 수정과가 나왔고 주류로 레드와인을 준비했다.

171분 역대 최장 회동…무슨 이야기 나눴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8일 오후 청와대에서 만나 2시간 51분(도보 이동시간 포함)에 걸쳐 회동했다. 사진은 이날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사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뉴스1
장제원 비서실장은 회동 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했다. 

우선 이번 회동에 대해 장 비서실장은 "합의문이 있지는 않다"며 두 사람 간 회동은 좋은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장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했다. 이것은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이 이어)정당 간 경쟁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 간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면서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장 비서실장은 이날 집무실 이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이야기가 나왔고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정부는 정확한 예산을 면밀히 살펴서 협조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장 비서실장은 "유영민 실장이 그 문제(집무실 이전) 언급을 시작했고 당선인이 (받아서) 옮기는 취지였다"면서 "(윤 당선인은) 문민정권 때부터 청와대 시절을 마감하고 국민들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으로 이전을 못하지 않았냐, 이번 만큼은 당선인이 꼭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이어 "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 문제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의 몫 아니냐, 정확하게 예산을 따져서 협조를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집무실 이전 관련) 예비비가 의결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장 비서실장은 "내일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이)금액적인 측면이나 그런 타당성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하시겠다고 (말씀)했고 조금 지켜봐 달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장 비서실장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두고 "손실보상 50조원 예산 규모 같은 구체적인 얘기는 안 했다"면서 "인수위와 청와대가 할 수 있는 한 실무적 협의를 계속하자고 서로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장 실장은 현 정부 임기말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대해 "참 숨가쁘게 달려왔는데 마지막 (남은) 임기 동안 코로나19 문제를 잘 관리하겠다. 정권 이양이 가장 큰 숙제로 알고 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최선을 다해서 잘 관리해서 정권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논의를 했고 그러한 국가의 안보 관련된 문제를 정권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누수가 없도록 서로 최선을 다해서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회동을 마치고 헤어질 때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면서 "꼭 성공하길 바란다"며 "도울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했다. 이에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