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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민머리에 정수리 정 가운데 지름 2㎝ 정도 크기의 문신(타투)을 새긴 한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그는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이라는 장소에 맞게 검은색 하의와 재킷을 맞춰 입었지만 재킷 안쪽에 받쳐 입은 데님 셔츠와 신발 위로 내비친 버건디색의 양말이 눈에 띄었다.
남성이 눈을 감았을 때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은 높낮이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앞선 10개 사건의 선고를 마친 참이었다. 남성이 당사자 대표로 참석한 사건은 11번째로 선고 사건 목록에 올라 있었다.
그의 무릎 위에는 흰색 서류봉투 3개가 올려 있었고 봉투 한가운데에는 빨간색 펜으로 '위헌♡' '합헌' '자격 없음'이라는 단어들이 각각 쓰여 있었고 봉투 안에는 각 재판 결과에 맞춰 발표할 입장문이 들어 있었다. 유일하게 '위헌' 판결 시 발표할 입장문이 담긴 봉투의 제목 옆에는 하트모양의 기호가 달렸다. 남성이 눈을 감고 소원하는 재판의 결과가 무엇인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는 두 가지 이름표를 달고 대한민국을 살고 있다. 첫번째는 '예술가'이고 또 하나는 '범죄자'다. 첫번째는 평생을 노력해 일궈온 정체성이지만 둘째는 한순간도 원하지 않았지만 붙여진 꼬리표다. 그는 지난해 12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자신의 일을 '예술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범죄행위'로 판단했다.
지난달 31일, 이날 헌법재판소에서 선고가 내려진 사건은 그를 범죄자로 규정하게 만든 법률이 과연 정당한지, 헌법에 부합하는지를 다퉈온 사건이었다. 민머리의 남성 타투이스트 도이(본명 김도윤)는 자신이 업으로 삼아온 '문신'이 의료 행위로 규정돼 의사 외에는 문신을 하면 처벌을 받는 현실을 바꿔보고자 동료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도이는 2020년부터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문신 합법화 운동을 해왔다. 타투이스트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인 '타투유니온'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헌마1343…" 유남석 소장이 사건번호를 읽어 나갈 때 도이는 2년여 간의 활동을 생각하며 제발 '합헌'이라고 적힌 문서 봉투를 뜯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했다.
"주문, 의료인이 아닌 사람도 문신시술을 업으로 행할 수 있도록 그 자격 및 요건을 법률로 정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 청구를 각하한다. 청고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간절한 기도와 다르게 헌법재판소는 의사면허가 없는 이가 문신 새기는 작업을 하면 처벌하는 현행법이 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판에서 헌법재판소는 타투유니온을 포함해 3개 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 6개 사건을 합쳐서 판단을 내렸다. 사건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이들만 1698명이다. 1698명은 스스로를 문신사, 타투이스트 등 다른 단어로 정의했고 전문 분야도 서화문신부터 반영구화장까지 다양했지만 모두가 '법외 직업'임을 선고 받았다.<관련기사:헌재 "비의료인 문신 시술 처벌 합헌" 헌법소원 또 기각>
주문을 내놓은 헌법재판관들은 판단의 배경을 설명해 나갔지만 방청객 중 일부는 재판관들의 발언 중간에 심판정을 빠져나갔다. 재판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위헌 결정이 나오면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 나올게요"라고 웃으면서 약속했던 임보란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장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심판정을 빠져나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이번 재판 당사자 1698명 중 대부분이 문신사중앙회 소속 회원이다.
도이는 굳어진 얼굴로 재판부의 설명이 끝나기까지 방청석을 지켰다. 그는 재판이 끝난 뒤 심판장을 빠져나와 선고 요지를 묻는 동료에게 "개같은 소리죠. 욕을 해도 되나?"라고 말했다. 이어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그는 욕을 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직립보행을 하는데, 아직 사족보행에 머물러 있는 헌법재판소는 92년 궤변에 앞발을 들어준 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판을 끝까지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묻는 질문에 저기 있는 저 사람들(헌법재판관)이 비상식적인 말들로 누군가의 직업, 누군가의 생명을 이렇게 조정할 수 있나? 그런 권리가 저 사람들에게 있어도 되는지 생각을 했어요"라고 했다.
한편, 이번 재판은 코로나19로 방청객 수를 제한했다. 사건 당사자와 사전 신청자를 제외하고 현장 신청으로 방청을 할 수 있는 이는 4명 뿐이었다. 현장 방청 신청을 받던 한 헌법재판소 직원은 기자에게 어떤 사건을 방청하러 왔냐고 물으며 자신도 "눈썹 문신을 했는데 오래돼서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 또한 의사가 아닌 지인에게 문신을 받았다고 했다. 국내에서 반영구화장을 포함해 문신을 받은 이는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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