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문재인) 대통령께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책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의견 표명을 촉구하며 사의를 표했다. 사진은 이 부장검사가 지난 2020년 9월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문재인) 대통령께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정책에 대해 입장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의견 표명을 촉구하며 사의를 표했다.

이 부장검사는 13일 검찰 내부망에 사직글을 올려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서도 제도 개선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 2016년 '국정농단' 특검에 파견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맡아 수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장검사는 "두 분 모두 과거 존경받는 법조인의 길을 걸었기에 사법제도 개혁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생각이 많으실만 한 분들"이라며 "지금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이 맞는지 후배 법조인에게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검찰개혁 논란은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고 국민의 불신은 지난 오랜 기간 검찰이 정치권에서 해결해야 할 분쟁을 사법적 수단으로 재단해온 원죄 때문"이라면서도 "검수완박으로는 수사기관의 그런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없다. 경찰이 정치적 수사에 관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차단장치가 마련돼 있나"라고 되물었다.

이 부장검사는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버리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행위, 대기업의 시장질서 문란행위, 최고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며 "(검수완박 후) 수십년이 지나 경찰 수사가 유능해질 때까지 제2의 국정원 선거개입, 제2의 삼성그룹 불법승계는 음지에서 발생할 것이고, 수사기관은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검사는 최근 검수완박과 그동안 이를 막지 못한 검찰 지휘부에 대한 강한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0일 내부망에 올린 글을 통해 "현재 추진되는 '검찰개혁'은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를 그냥 증발시키고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복붙'해 법원으로 넘기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8일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 참석하신 분들은 본인들께서 직접 지난 수년간 검찰개혁을 진두지휘하며 현재의 개판인 상황을 초래하신 장본인들이자 최근 검찰 수사의 중립성, 공정성 논란을 야기한 대부분 사건에 관여하신 분들"이라고 했다.


또 "과거는 까맣게 잊은 채 앞으로 가열차게 검찰개혁을 추진해 나가자고 선언하시는 의기양양함을 보니 기억상실을 다룬 영화 '메멘토'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간 착각이 들 지경"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