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ILO 기본협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배훈식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가 20일부터 본격 발효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노동계는 국제기준에 맞게 노동법을 더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노조 권한이 지나치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21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한 ILO 핵심협약 3개 비준동의안이 지난 20일부터 발효돼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게 됐다.


ILO 핵심협약은 노동권 보장과 관련한 국제규범 190개 중 가장 핵심적인 조항 8개를 말한다. ▲결사의 자유(87호, 98호) ▲강제노동금지(29호, 105호) ▲아동노동금지(138호, 182호) ▲균등대우(100호, 111호) 관련 협약이 이에 해당한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핵심 협약 8개 가운데 결사의 자유에 관한 협약 2개(87호·98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2개(29호·105호) 등 4개를 비준하지 않다가 지난해 2월 국회에서 29호·87호·98호 등 3개 비준안을 의결했다.


또한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2020년 12월 ILO 핵심협약과 국내법이 상충하지 않도록 해고자나 실업자에 대한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사업장 내 주요 시설에 한해 쟁의행위 금지 등을 담은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노조법이 여전히 핵심협약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 취임 직후부터 협약과 법·제도, 현실이 얼마나 심각하게 동떨어져 있는지 점검해 개선 방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ILO 결사자유위원회가 개선을 요구한 사항부터 시작해 협약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행사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제도, 관행을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법 규정을 이유로 ILO 기본협약이 규정하는 한국의 의무를 불이행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관행을 안착시켜야 한다”며 “협약과 역행하는 방향으로 노동권을 제한하거나 사용자 의무 회피를 허용하는 추가 입법을 논의대상에 올리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경영계는 노조의 권한 강화에 따른 분쟁 확대를 우려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 및 발효를 대비한 노동관계법 개정이 완료되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나 경영계는 노동조합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어 노사관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ILO 핵심협약을 이유로 노조법이 지나치게 확대해석되거나 노동계 편향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며 “뚜렷한 법률적 근거가 없음에도 노동계의 기대심리 상승으로 인한 교섭질서 혼란과 분쟁 확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결사의 자유위원회 제소나 ILO 진정 등을 통해 국내 개별 노사관계 이슈를 국제이슈화 하려는 움직임도 우려된다”며 “이 경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노동권이 열악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고 기업 이미지 하락과 국가 간 무역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약 취지 확대해석을 통한 노조법 추가 개정 요구를 지양하고 ▲국내법 적용 원칙을 확립하는 한편 ▲사업장 단위에서 핵심협약의 자의적 해석을 토대로 한 무리한 요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