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인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월21일 경제6단체장 모임에 참석한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기사 게재 순서
① 상속세 부담에 가업 포기… 성장 사다리 잃은 중견기업
② 유명무실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안하나 못하나
③ 尹 정부 출범… 중견기업, 세제 개선 기대감


가업 승계 시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제도로 알려진 가업상속공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워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일부에 불과하다. 올해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준이 완화됐으나 경영계가 요구한 기준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기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해 많은 기업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조건… 연평균 이용 건수, 85건에 그쳐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다.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추가 세율을 적용하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가 적용되면 상속세 최고세율은 60%로 올라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 된다. 일본에는 최대주주 할증평가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덜고 원활한 가업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를 운영하고 있다. 10년 이상 회사를 경영해온 중소기업·중견기업인이 상속인 1명에게 가업을 승계할 때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원)를 상속세에서 공제해주는 것이 골자다.

현실적으로 500억원을 모두 공제받기는 쉽지 않다. 공제 한도는 피상속인의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달라지는데 30년 이상 기업을 경영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200억원,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300억원이 공제된다. 10년 미만은 가업상속공제 대상도 아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가업상속공제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고 토로한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이 특수관계자 주식 등을 포함해 전체 주식 발행 총수의 50% 이상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일정 기간(가업 영위 기간 중 50% 등) 이상을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상속인은 상속개시일 이전에 2년 이상 가업에 종사하고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어야 한다. 그 후 신고기한으로부터 2년 이내에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경영 승계가 끝나면 7년 동안 지분·업종·고용·자산 등의 유지가 요구된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가업상속공제로 혜택을 받은 금액을 전액 반환해야 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가업상속공제 활용 건수는 연평균 85건에 그치는 것이 이 때문이다. 독일(연평균 1만1000건)의 1%, 영국(2594건·2014~2018년)의 3%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연평균 가업상속공제 금액은 2365억원으로 집계돼 독일(6조4000억원)과 영국(2조7000억원)에 비해 매우 적다.

요구 못 미치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완화… 전문가 “기준 더 낮춰야”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액 1조원 기업으로 상향할 경우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2020년 11월 상속세법 심사하는 기획재정위원회 모습. /사진=뉴스1
정부는 올해부터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공제 요건을 종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4000억원 미만으로 완화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인연구원(한경연) 등 경영계가 요구해온 조건(매출액 1조원)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지만 그 나만 개선돼 위안이다.

한경연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매출액 1조원 기업으로 늘어나면 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연이 2019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 3000억원 이하인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3년 평균 매출 1조원으로 확대할 경우 대상기업은 1조7000억원의 상속세를 감면받게 되는데, 이는 해당 기업의 자본 증가로 이어져 매출 52조원 증가 및 고용 1770명 창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가족기업을 하는 경영자들이 기업을 소비재산이 아닌 자산으로 인식해 후대에 물려주는 자산이 많아지도록 생산과 고용에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 많은 기업들이 가업상속공제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대상 확대와 함께 세부 조건 등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속을 포기하고 폐업해버리는 것보다 가업을 유지해 고용창출, 제품 생산 등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낫다”며 “이 이유로 주요 국가들이 상속세 폐지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중소·중견기업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일종의 조세 특례이기 때문에 대상을 확대하기 이전에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조세 형평성 문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