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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한 중견기업들이 늘면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인 탓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가업상속공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까다로운 조건에 수혜를 받는 기업은 드물다. 중견기업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상속세를 OECD 상위 10개국의 평균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성장에 방해되는 것들을 모두 없앨 것이라고 공언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중견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① 상속세 부담에 가업 포기… 성장 사다리 잃은 중견기업
② 유명무실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안하나 못하나
③ 尹 정부 출범… 중견기업, 세제 개선 기대감
국내 중견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에 한숨짓고 있다. 대기업 오너들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여력이 부족한 중견기업들은 가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상속세 부담, OECD 중 최고 수준… 증여 선택도 쉽지 않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국제비교를 통한 상속세제 개선방안’을 보면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직계비속에 기업을 승계할 때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60%까지 오른다. 대주주 주식에 대해 추가 세율을 부과하는 ‘최대 주주 할증평가 제도’ 영향이다. 직계비속 기업승계 시 상속세 최고세율은 한국(60%)에 이어 일본(55%), 프랑스(45%) 미국·영국(40%) 등의 순으로 높다.상속세를 부과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절반 이상은 한국과 달리 직계비속에 기업을 물려줄 때 상속세율을 인하한다. 자료가 없는 콜롬비아와 코스타리카 제외한 OECD 국가(36개국) 가운데 상속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4개국이다. 이 중 5개국은 직계비속에 기업을 승계할 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10개국은 직계비속 상속 시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게 적용한다. 프랑스는 60%에서 45%, 벨기에는 80%에서 30%, 네덜란드는 40%에서 20% 등으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춰준다.
한국은 주요 국가 중 상속세 실효세율도 가장 높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 말 발행한 ‘기업승계 시 과도한 상속세 부과의 문제점 검토’에 따르면 직계비속에 기업을 승계할 때 한국의 상속세 실효세율은 58.2%다. 이어 일본(55.0%), 미국(39.9%), 독일(30.0%), 영국(20.0%), 캐나다(16.5%) 순이다.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증여를 택하는 것도 녹록지 않다. 증여세와 상속세는 세율과 누진 공제액이 같지만 기본 공제액은 상속세가 더 크다.
증여세와 상속세의 세율(과세표준)은 ▲10%(1억원 이하) ▲20%(5억원 이하) ▲30%(10억원 이하) ▲40%(30억원 이하) ▲50%(30억원 초과)으로 같다. 세율별 누진 공제액도 ▲10%, 없음 ▲20%, 1000만원 ▲30%, 6000만원 ▲40%, 1억6000만원 ▲50% 4억6000만원 등으로 동일하다.
다만 기본 공제액은 증여세보다 상속세가 더 크다. 증여세 공제액은 배우자 공제 6억원, 직계존비속 공제(성년) 5000만원, 미성년자 공제 2000만원, 기타 친족 공제 1000만원 등이다. 상속세는 기초공제액 2억원에 배우자 공제 5억~30억원, 성인 자녀 공제 인당 5000만원, 미성년자 공제 인당 5000만원에 성인 될 때까지의 연수를 곱한 값, 65세 이상 연로자공제 인당 5000만원, 장애인 공제는 인당 1000만원에 상속일 당시 통계청이 고시한 기대여명의 연수를 곱한 값 등이 적용된다.
삼성家, 상속세 내기 위해 계열사 지분 매각… 중견기업은 경영 승계 포기하기도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지난달 24일 삼성전자 지분 0.33%를 처분해 현금 1조3720억원을 마련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같은 달 22일 각각 삼성 SDS지분 3.9%를 정리해 1900여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 오너 일가는 상대적으로 나마 여력이 있어 보이지만 중견기업 오너일가는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가업 승계를 포기하곤 한다.
콘돔 생산업체 유니더스(현 블루베리 NFT)는 5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때문에 2017년 사모펀드로 경영권을 넘겼다. 창업주 고 김덕선 회장의 아들인 김성훈 전 대표는 세금 분할납부 신청을 하며 경영 승계 의지를 밝히기도 했지만 끝내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했다. 밀폐용기 생산업체 락앤락 오너 일가도 같은 해 상속세 부담 등을 이유로 김준일 당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국내 광통신 소자 부문 1위였던 우리로광통신(현 우리로)은 2013년 투자자문업체 인피온에 경영권을 넘겨줬다. 같은 해 별세한 고 김국웅 회장(창업주)의 유족들이 14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손톱깎이 생산업체 쓰리세븐도 2008년 150억원의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오너 일가가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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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김동욱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