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청약 불패'를 이어온 서울 신규분양시장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저조한 경쟁률은 물론, 미분양까지 속출하고 있는 것. '묻지마 청약'이 기본일 만큼 뜨거웠던 서울 분양시장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한때 시행사 신화를 이끌었던 신영건설이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선보인 주상복합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 4월 27일 39㎡(이하 전용면적) 3가구와 59㎡ 25가구 등 모두 28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해당 단지는 특별·일반공급을 합해 101가구를 모집, 1400여명이 몰렸던 사업장이다. 하지만 막상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정당계약에선 전체 물량의 28%에 해당하는 물량이 미분양됐다.

올 1월 청약접수를 받은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는 특별공급과 1순위에서 각각 367.1대 1, 3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마감됐다. 하지만 역시 정당계약에서 미분양 물량이 남았고 이후 예비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계약에서도 400번대까지 분양을 포기하며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3월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전체 216가구 중 92%에 달하는 198가구가 미계약된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결국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서울에서 200가구 가까운 물량이 미계약된 사례는 2019년 5월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당시 미계약 174가구) 이후 최대 규모다.

3월 5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강북구 '한화 포레나 미아'는 328가구 모집에 2374명이 신청하며 7.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론 청약자 수가 공급 가구 수를 넘어 나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기대엔 한참 못 미치는 청약 결과라는 게 건설업계 의견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저조한 청약 성적이 나온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고분양가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로 꼽는다. 이들 미분양 사업장 대부분 분양가격을 제한받지 않는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지역이다. 그러다보니 공급업체가 시세와 상관없이 분양가를 높여 받는다.

실제 '북서울자이폴라리스'는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지역으로 84㎡ 기준 공급가격은 9억~10억원대다. '한화 포레나 미아' 역시 84㎡가 11억5000만원에 분양됐다. '칸타빌수유팰리스'의 경우 주변 환경이 노후한 '나홀로 아파트'임에도 59㎡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비판마저 일었다. 이들 사업장이 위치한 강북구에선 '미아 래미안1차' 110㎡가 지난해 10월 8억8000만원에 실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주변 시세보다 수억원씩 비싸다는 지적이다.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의 경우 나홀로 아파트로 사업장이 위치한 구로구는 투기과열지구이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59㎡ 분양가가 7억8350만~8억2750만원에 달하는 등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전매제한은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로또 아파트'가 양성된다는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완화하면 시세보다 비싼 신규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