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그 자체였던 월드스타 강수연이 동로 영화인들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들었다. 사진은 지난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강수연의 빈소. /사진=故강수연배우장례위원회 제공


배우 강수연이 영화인들의 슬픔 속 영면에 들었다.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 1층 영결식장에서 고 강수연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영결식은 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돼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배우 유지태가 사회를 맡고,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임권택 감독, 배우 문소리와 설경구, 연상호 감독이 추도사를 맡았다.
11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강수연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캡처


사회를 맡은 유지태는 "아직 전혀 실감이 안 난다. 그냥 영화 속 장면이었으면 한다. 강수연 선배님을 떠나보내는 자리에 가족들과 영화계 선, 후배 여러분이 함께해 주셨다. 감사하다"라고 울먹였다.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우리 영화인들은 참으로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배우 강수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믿기지 않고 믿을 수 없는 황망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을 떠나보내고자 한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만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졸지에 제 곁을 떠나가니. 건강하게 보였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모스크바에서 처음 만난지 33년이 흘렀다. 그동안 아버지와 딸처럼, 오빠와 동생처럼 지내왔는데 나보다 먼저 떠날 수 있는가"라고 황망해했다.

이어 추모 영상이 상영됐다. 추모 영상 뒤 추도사에 나선 임권택 감독은 "수연아, 친구처럼 동생처럼 네가 곁에 있어 늘 든든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 서둘러 떠났니. 편히 쉬어라"고 애통한 마음을 전했다.


11일 오전 10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지하1층 영결식장에서 고 강수연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사진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 연상호 감독, 임권택 감독.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설경구는 "저는 선배님의 조수였던 것이 너무 행복했다.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던 저에게 앞으로 영화를 계속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셨다. 선배님의 애정과 배려와 세심함이 과분할 정도로 감사했다"고 소회했다. 이어 "외국에서 팬들이 찾아왔을 때도 바쁜 와중에도 항상 반갑게 맞이했다. 소탈했고 친근했고 섬세했고 영화인으로서 애정과 자부심이 충만했다. 어딜가나 당당했다. 아직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데 너무 안타깝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재미난 이야기 만들며 노는게 어찌 땅에서만 하겠느냐. 거기엔 이춘연 대표님도 계시고, 이규형 감독님도 계시고 김지석 프로그래머도 계실텐데. 언니 거기서 그 분들이랑 영화 한 편 하세요. 마음이 잘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늘 우리 그랬지 않나. 웃어가며. 그래도 그 가운데 언니가 있다면 뭐든 잘 해결될 거다. 언니 잘 가요. 한국 영화에 대한 언니 마음 잊지 않을게요. 언니의 가오도, 언니 목소리도, 잊지 않을게요. 이 다음에 우리 만나면 같이 영화해요 언니"라고 덧붙였다.


강수연의 유작이 된 '정이'를 함께한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 선배 그 자체가 한국 영화다. 무거운 멍에를 강수연 선배는 무거워하지 않았다. '정이'를 준비할 때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에 두려움도 컸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배우가 강수연이었다. 한국 영화의 아이콘이자 독보적인 아우라를 전하는 강수연밖에 떠올르지 않았다. 용기를 내 강수연 선배에게 제안했고 '한번 해보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뛸 듯이 기뻤다. 내게 굉장한 백이 생긴 기분이었다. 이 영결식이 끝나고 강수연 선배와 영원한 작별을 한 후 다시 편집실로 돌아가 강수연 선배의 얼굴과 마주할 것이다. 배우 강수연의 연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선배의 마지막 영화를 함께하며 선배의 마지막 영화를 동행하게 됐다. 선배의 마지막 백이 되어주겠다"고 울먹였다.

추도사 이후 배우 강수연의 동생은 답사를 했고 영화인들은 그와 마지막 작별인사를 건넸다. 유지태는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는 강수연이라는 이름을 영원히 기억할 거다. 선배님이 밝혀놓은 찬란한 빛을 따라 영화를 하게 된 많은 후배들을 앞으로도 지켜봐 주실 거라 믿는다. 선배님 보고 싶다"고 했다.
배우 문소리와 설경구가 세상을 떠난 강수연 추도사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영화진흥위원회 유튜브 캡처



고인은 지난 5일 심정지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3일 만인 지난 7일 오후 향년 56세 나이로 별세했다. 원인은 뇌출혈로, 고인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옮긴 후에도 치료를 받았으나 의식불명 상태가 지속됐다.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리기 위해 장례식은 영화인장으로 치러졌으며, 장례위원장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이 맡았다. 장례고문으로는 김지미, 박정자, 박중훈, 손숙, 신영균, 안성기, 이우석, 임권택, 정지영, 정진우, 황기성이 함께 했다.

장례위원은 강우석, 강제규, 강혜정, 권영락, 김난숙, 김종원, 김호정, 류경수, 류승완, 명계남, 문성근, 문소리, 민규동, 박광수, 박기용, 박정범, 방은진, 배창호, 변영주, 봉준호, 설경구, 신철, 심재명, 양윤호, 양익준, 연상호, 예지원, 오세일, 원동연, 유인택, 유지태, 윤제균, 이광국, 이병헌, 이용관, 이은, 이장호, 이준동, 이창동, 이현승, 장선우, 전도연, 정상진, 정우성, 주희, 차승재, 채윤희, 최동훈, 최병환, 최재원, 최정화, 허문영, 허민회, 홍정인으로 구성됐다. 발인은 영결식 이후 거행되며 장지는 용인공원이다.

강수연은 아역배우로 데뷔해 '고래 사냥2'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 등에 출연해 청춘스타 반열에 올랐다. 지난 1986년에는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로 한국 배우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삭발 투혼을 보여준 영화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는 모스크바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월드스타'로 발돋움했다.

고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가제)로 10년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두고 있었다. '정이'는 상반기 촬영을 마치고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결국 고인의 유작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