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에서는 최근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평소에 한국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선생님(요르단인)이 직접 제작해 준 한복을 입고 스스로 공부한 한국어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코이카


매년 6월20일은 '세계 난민의 날'로 난민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촉구하고자 유엔(UN)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강제 이주민 수치 집계 이래 지금까지 약 1억명 이상이 분쟁과 폭력, 박해를 피해 고국을 등졌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타국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난민만 해도 600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난민 문제는 인접 국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난민 유입으로 인해 자국의 치안이나 이들을 위한 복지 부담, 일자리 등 사회,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난민을 받은 국가(host country)가 개발도상국일 경우 난민을 위한 재정 지출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인도적인 측면을 고려한 자발적 선택이든 지리적인 근접성을 고려한 전략적 난민 수용이든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렇게 난민 지원 여력이 부족할수록 그 영향은 난민들, 특히 난민 집단 내 약자인 여성이나 아동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중동 내 장기간 분쟁을 겪어 온 시리아,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과 이웃한 요르단은 1인당 국민소득 4270달러(2020년 기준)의 개발도상국으로, 주변국에서 유입된 난민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르단은 자국 인구(1020만명) 대비 난민 인구가 세계 두 번째로 많다. 그중 시리아 난민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발생한 680만명의 난민 중 130만명 이상(아동 32만명 추산)이 요르단으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기초 교육의 경우, 난민 밀집 지역의 학급당 학생 수는 60여명으로 요르단 정부의 권고인 27명의 두 배를 넘어 요르단 아동은 오전, 난민 아동은 오후로 나눈 2부제로 임시 운영하고 있다. 난민촌 내 열악한 위생과 부족한 영양 등에 반해 난민의 80%가 보건 서비스를 받지 못해 많은 아동이 홍역과 소아마비 등 질병에 노출돼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시리아 난민 아동과 난민 가정의 빈곤 상태를 지속시켜 그들의 생계를 위협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요르단과 주변국의 사회 안정을 위협한다.

코이카,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아동 교육·보건 분야 사업 진행

코이카는 시리아 난민이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 중 한곳인 마프락에 학교를 설립했다. /사진=코이카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는 2017년부터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 아동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사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코이카는 시리아 난민이 가장 많이 밀집한 세 지역(이르비드, 자르카, 마프락)에 학교를 설립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2019년 착공 이후 이르비드와 마프락 두 지역의 학교가 지난해 9월 개교했다. 자르카 지역 학교는 올 하반기 중 정식 개교를 앞뒀다.

요르단 전체 학교의 45%가 운동장이 없고 35%가 화장실이 부족한 상황에 비하면 한국이 지원한 학교는 컴퓨터실, 과학실, 운동장 등 요르단 공립학교 중 최상의 교육환경을 갖췄다.

지역 내 과밀학급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코이카는 학급 당 학생 수를 36명으로 조정해 지난해 개교한 학교 두 곳의 경우 2부제 수업 없이도 시리아 난민을 포함한 총 2470명의 아동에게 정규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자르카 지역 학교가 정식 개교한다면 수혜 아동 수는 3000명이 훌쩍 넘을 전망이다. 요르단 정부는 코이카가 설립한 세 곳의 학교 내 난민 아동을 전체 정원의 40%까지 모집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해 개교한 마프락 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14살 시리아 난민 아동 샤헤드는 "이전 학교는 시끄럽고 정신이 없었는데 새로운 학교는 조용한 환경에 책상도 편하다"라며 "한국이 시리아 난민뿐만 아니라 모든 난민을 도와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의 교장인 아흘람 알 칼리디는 "학생들이 운동장, 실험실, 도서관 등 학교 시설을 좋아하고 배우고 싶어하는 마음도 강하다"면서 "이 학교는 기쁨을 상징한다. 학교를 지어준 대한민국과 코이카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난민아동 학교 보건 프로그램 진행… 총 7만8000여명 수혜

마프락 지역 Rabiah Al-Adawiyah Baisc Mixed School에서 학생들이 코이카가 지원한 컴퓨터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코이카


보건 분야에서도 코이카는 유니세프와 함께 요르단 전역의 시리아 난민 아동의 보건 환경을 개선하기도 했다.

요르단 내 시리아 난민촌은 유동 인구가 많고 위생이 열악해 아동들이 호흡기 질환과 설사 등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코이카와 유니세프는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개인위생과 방역 등 보건 수칙을 교육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요르단 보건부, 교육부와 함께 총 7만8000여명의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학교 보건 프로그램을 꾸려나갔다. 등교한 아동들에게 손 씻기와 방역 수칙 등 기본적인 내용을 교육했다. 콜레라나 장티푸스 등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백신을 무료 접종했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학교 내 상수도 시설을 정비해 아동들이 학교에서만큼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당시 요르단에서 학교를 매개로 난민 아동들에게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상원조사업은 코이카가 최초였고 사마르 바타르세 요르단 학교보건부 국장은 매우 뛰어난 성과라며 사의를 표한 바 있다.

서동성 코이카 요르단사무소장은 "코이카가 요르단 내에서 펼치는 난민 사업은 시리아 난민을 비롯한 취약계층 아동에게 교육과 보건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난민 아동들이 평등한 기본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좋은 일자리를 구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난민은 일부 국가가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경을 넘어 많은 국가에 국내외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다자주의(multilateralism) 관점에서 더 많은 국가가 나서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시리아 내전 이후 중동과 유럽 등지에서 '난민 위기'가 발생한 이후 국제사회는 난민 문제가 특정 국가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일임을 인정했다. 이에 2019년 12월 유엔난민기구 주관 아래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글로벌난민포럼(GRF)에 123개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 등이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난민 보호를 위해 어떤 계획을 이행할 것인지 공약을 내세웠다.

당시 우리 정부도 난민 상황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며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대한민국 무상원조사업(ODA) 시행기관인 코이카는 우리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해 국제기구와 협력하고 있다.

코이카는 2016년 유엔이 설정한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핵심 가치인 사람·평화·번영·환경·파트너십(5P)을 중심으로 무상원조사업을 펼치고 있다. 타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난민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지킬 수 있도록 코이카는 난민의 일자리와 생계 분야를 중점으로 총 5000만달러 규모의 국제기구 협력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코이카는 올해부터 유니세프와 다시 한번 손잡고 요르단 내 청년 난민들을 대상으로 전자상거래, 웹디자인, 앱 개발 등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요르단 외에도 남수단,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전 세계 분쟁지역 난민들이 자립해 생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사업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