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알뜰폰을?... 금산분리 완화에 업계 '울상'
[머니S리포트-위기 닥친 알뜰폰, 생존전략 고심]①자본력 앞세운 금융권... 알뜰폰 업계 "공정한 구조 마련해야"
양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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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은 2010년 국민 통신비 절감을 목표로 도입됐다. 이들은 저렴한 망 도매대가를 토대로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요금제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출범 약 11년 만인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4월에는 1120만명도 넘어섰다. 그러나 알뜰폰이 성장하는 동안 이통 자회사 쏠림 현상과 중소 알뜰폰의 영세화 등 질적 성장 측면에서는 그림자가 상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자본력을 앞세운 은행권의 공세로 알뜰폰 중소 사업자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형 사업자들과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① 은행이 알뜰폰을?... 금산분리 완화에 업계 '울상'
② 통신 자회사가 장악한 알뜰폰 시장…중소업체 살 길은?
③"공정한 경쟁 환경 만들어달라"… 알뜰폰업체 돌파구는 어디에
알뜰폰 업체가 지난해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열었지만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좌불안석이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기살리기'를 천명하면서 금산분리 완화까지 시사했기 때문이다. 기존 통신 3사 자회사도 버거운 상황에 은행권까지 점차 밀려 들어올 기세다. 이미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 '리브엠'에 이어 NH농협까지 몸을 풀고 있는 형국이다. 자본력을 앞세운 은행권의 공세에 알뜰폰 중소업체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호소한다.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고쳐 이들의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산분리 시사한 정부… 은행권도 알뜰폰 진출 '시동'
윤석열 정부는 금융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 최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금융 규제를 손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금산분리는 은행업으로 대표되는 금융자본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본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 또는 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금산분리 원칙이 완화되면 KB국민은행에 이어 다른 은행사들도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흐름에 알뜰폰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금산분리 완화가 본격화되면 국내 대표 은행들이 물밀듯이 뛰어들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6월 24일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요금제와 과도한 경품과 사은품을 내세우면 중소기업은 대항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사업을 계속 운영하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많은 사업자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리브엠은 규제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를 받아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출범 3년 만에 가입자가 무려 30만명을 넘었다. 파격적인 가격경쟁력에서 기인한다. 리브엠은 체크·신용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통신비 할인(월 최대 1만7000원)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과 거래 실적까지 감안해 최대 월 4400원 추가 할인도 가능하다. 이런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4만원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월 150기가바이트(GB) 제공)를 2만원 정도에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기존 알뜰폰 업계 요금제에 비해 최대 4배 가까이 싸다.
리브엠은 경품 지급도 자주한다. 지난해 10월 쿠팡과 제휴해 '아이폰 13' 출시 시점에 최대 22만원에 달하는 사은품을 내놨다. 지난 2월에는 '갤럭시 S22' 출시에 맞춰 최대 10만원 상당 경품을 주기도 했다. 리브엠에 대한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달 29일 '이동통신 기획조사'를 통해 리브엠 만족도가 78%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중소업체들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이유다.
알뜰폰 업계, 고사 위기… "도매대가 산정 개선돼야"
NH농협까지 가세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알뜰폰 관계자는 "지금도 버티기 어려운데 앞으로 많은 업체가 가세하면 전망이 더욱 어둡다"면서 "금융권은 이자 마진으로 수익을 내고 이 수익을 알뜰폰 요금제 인하에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들의 이자 부담이 높은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무기로 쓴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핵심은 도매대가(알뜰폰 사용자가 내는 망 사용료) 문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38조에 따른 도매대가 산정방식은 도매제공사업자의 소매요금(영업이익 100% 포함)에서 마케팅 비용, 광고 비용 등 회피가능 비용을 차감한다. 회피가능비용은 이동통신사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때 줄일 수 있는 비용이다. 결국 이동통신사의 영업이익이 100% 보전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알뜰폰 업계는 높은 도매대가로 인해 망을 도매하는 데 자금을 써 기타 투자 여력을 상실한다고 입을 모은다. 알뜰폰 사업자가 성장해 시장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값싼 요금제를 원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알뜰폰 업체들의 호소는 다르게 느껴진다. 경쟁자가 늘어나 요금이 저렴해지면 가계 통신비가 절감되기에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알뜰폰 이용자 A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알뜰폰은 싼 요금제가 사용 이유"라면서 "은행들이 진출해 가격이 낮아진다면 외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에 기대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도 있다. 자생력을 키워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이용자 편익을 위해서 각사마다 노력하고 있다"면서 "외부에서 보기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들의 시장 환경을 개선해준다면 설비 투자 등에서 훨씬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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