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엄마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4일 서울 강서구 방화초등학교를 찾아 돌봄교실을 살펴보고 있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사진=뉴시스


"아이나 직접 키워보고 정책 시행해라."


정부가 취학연령을 만 5세로 앞당기는 계획을 발표하자 학부모 등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9일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하면서 오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취학연령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는 새정부의 국정과제에 없던 것으로 교육제도에 큰 변화를 예고한 셈이다.


현재 교육부가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는 안은 '25%룰'이다. 4년 동안 매년 25%의 아이들을 조기에 입학하는 방안으로 오는 2025년 도입을 목표로 한다. 이 경우 오는 2025년에 2018년 1~12월생과 2019년 1~3월생이, 오는 2026년에는 2019년 4~12월생과 2020년 1~6월생이 입학하게 된다.

문제는 학제개편 시기에 맞물린 학생들이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책 추진 단계에서 만 5세 아동과 6세 아동이 동시에 입학하는 경우 이들의 입시·취업 경쟁률이 올라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막대한 재정 소요도 문제다. 지난 2007년 한국교육개발원은 취학연령 1년 하향 학제 개편에 드는 순수비용이 지난 2008년 기준 2020년까지 45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물가 상승을 고려했을 때 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 입학, 또 다른 정서적 학대"… 학부모·교사들 펄쩍

학제 개편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도 좋지 않다. 자신을 전직 유치원 교사라고 소개한 A씨는 "현장에서 7살 아이를 한 번이라도 보고 정책을 만든 건지 한숨이 나온다"며 "7살이면 40분 동안 의자에 앉아 있기는커녕 5분, 10분 활동할 때도 집중하기 힘든 나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1월생이라고 빠르고 12월생이라고 느린 게 아니다. 무엇보다 빠르다고 좋고 느리다고 부족한 것이 아니다"며 "선생님인 제 눈에도 애들이 이렇게 어린데 부모 입장에서는 애들이 학교 가서 공부하고 적응하려면 얼마나 고생할까 걱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정책은 우리나라의 교육환경과 아이들의 발달 속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이른 입학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또 다른 정서적 학대가 될 수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학제개편 과도기 끝에 있는 2021년 12월생 아들을 키우는 B씨 역시 "우리 아이는 20살, 다른 아이든 19살에 대학에 입학한다면 (우리 아이가) 괜히 늦었다고 생각해 주눅 들까봐 걱정된다"며 "열 달 고생해 힘들게 목숨 걸고 낳은 내 아이를 공장 부속품 정도로 취급하는 정책에 끝까지 반대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이번 학제 개편뿐만 아니라 국민 의견을 묵살하고 장관 독단적으로 정책을 발표·시행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든 국민 의견 없이 강행할 것"이라며 "정치에 아이들이 희생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약 300만명의 회원수를 보유한 포털사이트 맘카페 등에서도 "2020년생 키우고 있는 맘인데 정말 이해가 안 된다" "시행 첫해에는 7세도 1학년, 8세도 1학년이라는 건데 이게 말이 되냐" "아이나 직접 키워보고 정책 시행해라" "9월 신학기제는 그렇게 무시하더니 막무가내다" "5살 아이는 밖에서 뛰어 놀아야 한다" "빠른도 족보 꼬인다고 없애는 판에 왜 저러는 거냐"라며 학제개편에 대해 비판했다.
학제 개편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예고했다. 사진은 '학제개편 반대 범국민연대'가 예고한 집회 안내문(왼쪽)과 온라인 상에서 진행되는 반대 서명 요청 안내문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폼 갈무리


이에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해 사단법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13개 단체는 1일부터 '만 5세 초등학교 조기입학 학제개편안 반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매일 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 이에 대한 반대 서명도 진행하고 있다.